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우리는 늘 받기만 하거나 주기만 하면서 살 수 있는 선한 존재들이 아니다.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해야 한다. 어느 사회에서 잘 주고 잘 받아 함께 사는 기쁨을 작은 물고기의 모험담을 통해 배워 보자. 마르쿠스 피스터의 ‘무지개 물고기’이다. 

푸른 바닷속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비늘을 가진 무지개 물고기가 살고 있다. 다른 물고기들은 모두 무지개 물고기를 부러워하며 비늘을 갖고 싶어 한다. 어느 날 파란 꼬마 물고기가 다가와 너는 예쁜 비늘이 많으니 나한테 작은 거 하나만 달라고 한다. 무지개 물고기는 내가 아끼는 걸 왜 달라며 소리를 지른다. 꼬마 물고기는 놀라서 달아난다. 마음이 상한 꼬마 물고기는 다른 친구들에게 이 일을 말한다. 그래서 아무 물고기도 무지개 물고기와 놀아주지 않는다.

외로워진 무지개 물고기는 문어 할아버지에게 가서 나는 이렇게 예쁜데 왜 친구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문어 할아버지는 네 비늘을 다른 물고기들에게 한 개씩 나누어 주면 바다에서 제일 아름답지는 않아도 지금보다 행복해질 거라고 말해준다.

예쁜 비늘을 나누어주기 싫은 무지개 물고기는 고민한다. 그때 파란 꼬마 물고기가 지나가며 제발 화내지 말라고 한다. 그냥 작은 비늘 한 개만 갖고 싶었다고. 무지개 물고기는 생각해 본다. 그냥 아주 쪼끄만 비늘 딱 한 개만 주기로... 그리고 비늘 한 개를 꼬마 물고기에게 준다. 꼬마 물고기가 비늘을 반짝이며 바다를 헤엄쳐 다니자 다른 물고기들도 무지개 물고기 주위로 모여들며 예쁜 비늘을 갖고 싶어 한다. 그래서 모든 물고기들에게 비늘을 나누어 준다.

결국, 무지개 물고기에겐 하나의 비늘만 남게 된다. 그러나 무지개 물고기는 행복하다. 다른 물고기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이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신비롭고 환상적인 인쇄기법과 안정적인 구성도 돋보인다. 그렇더라도 인생의 변하지 않는 중요한 명제, 우정·어울림·용기·베풂·이해를 이름다운 물고기선택을 통해 계속 전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무엇을 가진 이는 그것을 나눌 방법을 생각해 보자.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었건, 저절로 무지개 물고기가 되었건 부러워하는 물고기들은 있는 법이니까. 그런데 여러 물고기들은 부러워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부러운 것을 달라고, 갖겠다고 한다. 무지개 물고기가 비늘을 한 두 개쯤 자의로 줄 수는 있겠지만 여러 물고기가 한 물고기에게 너는 예쁘니까 너의 예쁨을 나누라고 그렇게 해야 놀아준다는 설정은 참 잔혹한 측면도 있다. 너덜너덜해지면서 어울리는 일, 근대 이전의 공동체는 비슷하거나 같아질 것을 의식했다면 현대는 개성이 시대이고, 자신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어울리려는 건 좀 과하다 싶기도하다. 작가가 무지개 물고기를 통해서 나눔으로 행복해진다고 했더라도 여러 물고기 중에 무지개 물고기 비늘을 받지 않고 어울리려는 물고기는 없었는지도 욕심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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