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복희 충북 충주시

"우리엄마 고생시키는 아버지 원망했어요… 아들을 달래주시며 따라주던 막걸리 한잔~.”

그동안 내가 주 1회 먹는 약처럼 꼬박꼬박 챙기며 응원해 온 미스터트롯 영탁이 부른 ‘막걸리 한잔’이다. 눈 뜨자마자 막걸리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하시던 아버지가 생각났고, 정말 고생만 하시던 엄마 모습도 눈에 선했다.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려보기는 처음이었다. 이렇듯 내게 눈물도 주고 위로도 주며 어르고 달래던 미스터 트롯이 진선미를 뽑으며 며칠 전 막을 내렸다.

그동안 미스터트롯은 셋 이상 모이는 자리에 빠지지 않고 유쾌하게 등장하는 화젯거리였다. 우리가 트롯을 이렇게까지 좋아 했었나 믿기 힘들 정도였다. 나름 출연자별 평가도 마스터 뺨치는 전문가 수준이다. 단순히 외모나 스타일만 논하지 않는다. 노래 실력과 무대매너, 선곡과 팀플레이까지 깐깐하게 분석하고 평가한다. 자기가 지지하고 응원하는 가수가 명확하고 이유 또한 논리정연하다. 단순히 노래만 잘한다고 좋아하지 않고 춤 잘 추고 얼굴 잘생겼다고 응원하지 않는다. 나는 결승전에 난생처음 문자로 하는 투표에 참여했다. 나의 한 표가 당락을 좌우하진 않겠지만 내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싶었다. 조마 조마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중 예상 못한 일이 벌어졌다. 무려 700만이 넘게 투표를 했고 이로 인해 서버가 느려져 집계가 당장은 불가하단다. 전 국민의 참여와 관심이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라고, 조바심은 났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이틀 후에 나왔고 내가 응원하고 투표한 영탁은 선을 차지했다.

나는 700만이 넘는 놀랍고도 경이로운 투표수를 보면서 문득 한달 앞으로 바싹 다가온 총선 투표를 떠올렸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관심도 덜하고 ‘거리두기’로 선거운동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엉뚱하지만 미스터트롯에 보인 지지와 관심을 그대로 총선투표로 옮겨갈 순 없을까 생각해봤다. 이번 총선은 예상을 깨고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해 개표가 늦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다급한 뉴스속보를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지금까지 누구도 상상 못한 높은 투표율로 개표가 늦어진다면 다들 너그럽게 이해하지 않을까.

그동안 화젯거리가 미스터 트롯이었다면 앞으로 한 달은 우리지역 총선후보와 공약이 화제가 되면 어떨까. 노래실력을 평가하고 분석하던 열정과 관심으로 후보의 됨됨이와 공약을 살피고 진단한다면, 나만의 진을 선택한 깐깐한 잣대로 지지후보를 고르고 결정한다면, 기꺼이 문자 투표를 하던 열성으로 빠짐없이 투표소로 달려간다면, 그리고 모두에게 힘찬 격려와 박수를 보낸 것처럼 총선을 향해 아낌없는 관심과 성원을 보낸다면 어떨까. 노래가 잠시 마음을 위로해 준다면 총선투표는 삶을 지속적으로 달라지게 하는 힘을 가진다. 총선투표에서 더 잘 뽑고 더 잘 찍어야 하는 이유다.

연예인들의 릴레이 투표독려 캠페인 영상이 눈길을 끈다. NO vote no (  ), ‘투표가 없으면 ~도 없다’는 문장을 만들어 홍보하는 캠페인이다. 누군가는 투표가 없다면 ‘희망’이 없다고 하고, 누군가는 ‘우리’가 없다고도 했다. 나라면 과연 무엇으로 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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