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약한 자가 강한 상대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손자병법(孫子兵法)에서는 이를 이렇게 말한다.“적의 사기가 높은 때를 피하고 해이해졌을 때 공격한다. 적이 침착할 때를 피하고 소란할 때 공격한다. 당당한 적을 공격하지 말고 혼란에 빠진 적을 공격한다. 이것은 변화를 이용한 책략이다.”

기원전 202년, 유방은 진나라에 반기를 들고 거병하여 한(漢)나라 제국을 세운 인물이다. 하지만 천하를 통일하기 전까지 당대 최고의 장사 항우를 가장 두려워하였다. 아무리 자신의 병력이 많아도 항우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항우는 천하무적이었던 것이다. 그 시절 형세로 본다면 유방은 천하를 통일할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전략가인 진평(陳平)이란 자를 부하로 두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진평은 이전에 항우의 부하로 있었다. 누구보다 항우의 인간됨을 잘 아는 편이었다. 비록 항우가 백전백승의 장수였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그것은 좀처럼 부하를 믿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진평이 이를 이용해 항우의 부하인 범증, 종리매, 용저, 주은 등을 떼어놓기 위한 이간질 전략을 펼쳤다.

우선 진평은 똑똑한 병사들을 골라 훈련시킨 후, 이들에게 황금을 나누어주고는 초나라에 첩자로 내보냈다. 그들은 초나라에 들어가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종리매가 항우를 따라 고생한지 몇 년이 되었던가? 그런데 다른 제후들보다 큰 공을 세우고도 땅 한 평 받지 못하니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범증은 항우의 최고 전략 참모이지만 그는 유방과 몰래 내통하는 자이다. 곧 항우를 죽이고 유방에게 돌아갈 것이다.”

모두가 터무니없는 말들이었지만 이 소문이 항우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항우는 바로 자신의 부하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진평이 보낸 첩자들이 다시 새로운 소문을 퍼뜨렸다.

“항우는 항씨들만 장수로 여기고, 다른 이는 장수로 삼지 않는다. 항우가 천하를 얻으면 고생한 장수들은 모두 삶아죽이고 말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항우의 장수들이 이 소문을 듣고 불만을 갖게 됐다.

“우리들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공을 세웠어도 어찌 궁궐에 신하들보다 대접을 못 받는 것인가?”

부하들이 불평하자 항우는 부하들을 모두 믿지 않았다. 전략가 범증과 야전사령관 종리매를 멀리했다. 그들이 어떤 전략을 건의해도 듣지 않았다. 그러자 범증은 화를 참지 못하고 항우를 떠났다. 장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후 항우의 군대는 유능한 책사와 용맹한 장수를 잃자 사기가 크게 저하되었다. 결국 유방의 부하인 한신의 공격을 받아 패망하고 말았다. 이는 ‘사기(史記)’에 있는 이야기이다.

선성탈인(先聲奪人)이란 먼저 나쁜 소문을 퍼뜨려 상대의 기세를 꺾는 책략을 말한다. 굳이 군대를 동원하지 않고도 견고한 상대를 무너뜨리니 효용성 높은 전략이라 하겠다. 약자라 하더라도 소문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결코 싸움에서 패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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