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결국은 주인도 없는 땅을 수조권을 빙자해 경작자인 농민에게 팔겠다는 것이 김주태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징수액을 일 년 소출량과 맞먹게 고리로 세웠다. 그리고 땅값은 이삼 년 소출량에 맞추었다. 이것도 모두 김주태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었다. 농민들은 농사를 지어봤자 김주태에게 경작세를 뜯기고 나면 내 입으로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힘들더라도 땅을 사면 내 마음대로 경작하고 소출도 내가 몽땅 먹을 있었다.  고 한 삼년만 고생하고 나면 내 땅이 되고 그때부터는 평생 내가 소출을 몽땅 가질 수 있으니 사는 게 좋겠다. 김주태는 농민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되면 일만 냥을 관아에 바쳤지만 곱절의 땅값을 더 받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에 차있었다. 청풍관내에서 농사짓는 호수는 총 삼천 세대가 넘었다. 양안에 등재된 농가만 그러했다. 김주태가 마음만 먹는다면 골골이 숨어 화전을 일궈먹는 떠돌이까지 찾아내 경작세를 물릴 수 있었다. 그러면 몇 곱절이 더 남겨먹을 수 있을 것이었다. 우선 양안에 올라있는 농민들 중 태반만 자투리땅을 부쳐 먹고 있다 해도 남는 장사였다. 그런데 손바닥만한 것이라도 개간해서 불법으로 농사짓는 농민들이 거의 다였다. 그러니 호수 당 열 냥만 쳐도 삼만 냥이었다. 양안에 빠져있는 전답까지 찾아내면 얼마나 불어날지 아무도 몰랐다. 찾아내는 대로 그만큼 그것은 돈이 될 것이었다. 이런 장사는 땅 짚고 해엄치기였다. 김주태는 희망에 부풀어 돈 일만 냥쯤은 눈에 보이지도 안았다.

“김주태 바람대로 고을 농민들이 땅을 샀답디까?”

최풍원에 김개동에게 물었다.

“그랬다면 김주태가 지금 저렇게 사면초과가 되었겠는가? 생각을 해보게. 희망을 가지고 계획을 세우는 것도 먹고사는 것 걱정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 아니겠는가. 오늘 하루도 당장 어떻게 될지 몰라 급급한 사람들이 무슨 내일을 생각하겠는가. 산술로 따진다면야 그 땅을 사면 장차 이득이겠지만 고을 농민들이 무슨 여력이 있어 그걸 사겠는가. 삼년 치 소작세는 고사하고 한 해 소작료도 낼 것이 없는데 김주태가 뭔가 크게 잘못 생각을 했던 게지.”

“그래 어떻게 되었답디까?”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돈 일만 냥만 날아가게 된 거지!”

“그래도 소작을 주면 다만 얼마라도 세금은 거둘 수 있지 않겠습니까요?”

“그것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네.”

“그렇게 되지 않다니요?”

“생각을 해보게나. 그 땅 부쳐봐야 나오는 소출 거의 다를 경작세로 김주태한테 바쳐야 하는데 등골 빼고 내 입으로 들어오지도 않는 땅을 뭣 때문에 부치겠는가. 자네 같으면 그 땅을 부치겠는가? 먹고 노는 게 낫지!”

“하기야, 소도 일을 하면 제 먹을 것은 주인이 건사하는데, 남의 당 부치는데 대가가 전혀 없는 것을 누가 하겠습니까요.”

“그뿐인 줄 아는가?”

“그럼 또 다른 일이 있었답디까?”

“농민들이 입을 맞춰 경작세를 낮춰주면 부쳐보겠다고 김주태에게 전갈을 넣은 거여. 그런데 김주태는 조금도 낮춰줄 수 없다고 답을 한 거여. 그러자 마을 마을마다 고을민들이 김주태 땅은 부치지 말자고 담합을 한 거여!”

“김주태가 경작세를 낮춰주지 왜 그랬을까요?”

“뻔하지 않은가? 욕심이 화를 부른 게지. 경작세를 낮춰주면 땅만 부치고 그걸 사려고 하겠는가. 하기야 땅을 살 형편도 되지 않지만. 그러니까 김주태 생각은 고을민들을 쪼이고 쪼이면 억울해서라도 땅을 살 것이라 제 생각만 했던 거지. 그러다 시일은 점점 흐르고 농사철이 점점 지나가자 맘이 달은 김주태가 경작세를 낮춰주겠다며 고을민들한테 전갈을 했지만 농사도 다 때가 있는 법 아닌가. 파종 시기가 지나버려 아무 것도 심을 작물이 없어진 거여. 그러나 올 한 해 경작세는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 거지.”

“고을민들이 잘 부쳐 먹고 살던 땅을 제 아가리로 집어 처넣으려다 지 아가리보다 더 큰 먹이를 삼키려다 목에 걸린 뱀처럼 동티가 났구먼요.”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게.”

“예?”

김개동이가 안타까움인지 고소해서 그러는 것인지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최풍원이가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벌래, 불행은 쌍으로 온다지 않는가? 생돈 일만 냥을 허공에 버린 것이나 진배없이 되었으니 장사하는 집이 얼마나 타격이 크겠는가?”

“그래도 청풍도가가 돈 일만 냥에 쓰러지기야 하겠습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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