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일상이 되어버린 마스크, 회의와 출장은 취소되었고 여행은 아예 생각도 못한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들을 빼앗아 갔다. 영화, 여행, 회의, 해외 출장, 등교, 수영 그리고 교회에서의 예배 등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해왔던 일들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멀리 떨어진 가족간에도 안부 전화로 안타까움을 대신한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이제는 조금씩 이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

회의는 서면으로 대치하고, 출장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전화로 대신한다. 영화관에서의 웅장함은 느끼지 못하지만 온 가족이 TV 앞에서 함께 영화를 본다. 택시나 버스 대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주일에는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앉아 유튜브로 상영되는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니 함께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자녀들과 갈등의 시간이 많아졌지만 이해와 화해의 기회도 충분히 주어졌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는 너무 많이 사용하고, 너무 많이 낭비하고, 너무 많이 의존하는 삶에 익숙했는지도 모른다. 쉽게 외식할 수 있으니 가족들이 모두 집에 모여서 식사하는 일은 1년 몇 번 안 된다. 많은 영화가 동시에 상영되니 각자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골라서 따로 관람한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도 아이들과 떨어져 있고, 아이들은 또래들과 몰래 장난치기를 더 즐거워한다. 학생들은 가정보다는 학교와 학원에 맡겨져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다. 인터넷과 SNS로 많은 것을 해결하고,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전 세계가 하나처럼 느껴지는 초연결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고, 코로나19는 그 연결망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지구상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유전자라고 주장했다. 유전자는 자신의 유전자를 유지하기 위하여 다양한 개체로 변화하고 진화했으며, 인간은 현재까지 자신의 유전자를 가장 잘 보전시키는 덩어리 또는 숙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좋은 조건으로 우리 사회구조가 발달해 온 것이다. 외출과 출장을 자제하고 교회에서의 예배를 금지하는 행위는 코로나19나 이기적인 유전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인간의 영성(또는 이성) 간의 싸움일지도 모르겠다.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 따르던 그렇지 않던, 분명한 것은 전 세계가 지금처럼 하나로 연결되는 사회는 얻는 것이 많지만 위험성도 훨씬 커진다는 것이다. 그 얻는 것과 위험성 중에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할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다.

사이비 신천지를 계기로 함께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기독교에서는 ‘고난은 내게 유익하며, 견딜만한 고난만 주신다’라고 말한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죄(세상에만 의존하는 것)를 깨닫게 하기 위해 허락하신 고난으로 해석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어쩌면 이러한 자성과 회개가 ‘이기적인 유전자’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허락된 기회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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