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람 청주청원署 여성청소년계 경장

 

신학기 초는 학교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기에 학교전담경찰관들이 일년 중 가장 긴장하며 일하는 때인데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전국 모든 학교의 신학기 개학이 연기됨에 따라 이맘때면 설레는 얼굴로 등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아쉬움도 잠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서운 전파력으로 온 사회를 두려움으로 떨게 한 신종바이러스가 일견 학교폭력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며칠 전 기사에서 본 ‘개근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각나서였다.

‘개근거지’라는 말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학기 중에 현장체험학습 신청을 하지 않고 개근하는 아이를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이로 비하하면서 쓰는 신조어라고 한다. 성실함과 모범의 상징인 개근이라는 단어가 가난과 혐오의 상징으로 왜곡되어버린 게 믿어지지 않지만, 바이러스처럼 교실에 뿌리내린 혐오가 비단 이뿐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더 씁쓸함을 안긴다.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 제정(2004년) 이후 매년 학교폭력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2012년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12.3%였던 것이 2013년부터는 대폭 감소하기 시작해(2.3%) 2019년까지 약 1%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급별 피해응답률을 살펴보면 2012년부터 2019년 기간 동안 꾸준히 초등학교가 중학교, 고등학교 보다 높은 피해응답률을 보였다. 또한 2019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피해유형은 언어폭력의 비중이 가장 높고(35.6%) 집단따돌림(23.2%), 사이버괴롭힘(8.9%)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조사결과는 다시 말해 ‘초등학생’의 ‘언어폭력’ 문제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초등학생의 언어폭력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위에서 말한 신조어가 단순히 혀를 차고 넘어갈 일이 아닌 누군가에게 정서적으로 상처를 줄 수 있는 심각한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초등학년기는 학교 교육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기본적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또래 관계, 교사와 학생 관계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기에 경험하는 학교폭력은 학교적응 및 정서적·사회적 발달을 저해시키는 요인이 된다. 더군다나 욕설이나 친구를 비방하고 험담하는 말들은 예민한 청소년기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그런데 초등학생의 언어폭력 문제가 뼈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아이들의 언어 습관이 어른들의 언어 사용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배제의 언어들. 그런 언어들을 흉기처럼 마구 휘두르며 공격하고 있는 것은 어른들이고, 이런 모습을 답습하는 것이 아이들일 것이다. 어른들부터 남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언어를 사용해야 아이들이 생활하는 교실에도 아름다운 언어들로 흘러넘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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