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을운동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백팀이었고, 남은 한 경기만을 이기면 우승을 손에 거머쥐는 상황이었다. 남은 경기는 다름 아닌 ‘박 터뜨리기’였다. 단순히 콩주머니를 던져 먼저 박을 터뜨리면 승리하는 게임이 그 순간에는 얼마나 떨리고 긴장이 됐는지 모른다. “삐-익”하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자마자 양 팀 선수들 모두가 있는 힘껏 콩주머니를 던져댔다. 이게 과연 터지기는 하는지 의심이 들쯤에서야 펑! 하는 소리가 백팀의 우승을 알렸다. 힘을 모아 쟁취한 승리였기에 아직까지 기억이 선명하다.
운동회 날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가 있는 힘껏 콩주머니를 던졌기 때문이다.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우리는 어쩌면 또 하나의 박 터뜨리기 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손에는 작은 콩주머니가 하나씩 있고, 그 콩주머니를 어느 박에 명중시킬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주 사소하고 쉬워 보이지만 우리의 4년이 걸려있기에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에 어떻게 던져야 잘 던질 수 있을까?
먼저, 박의 어느 부위에 던질지 잘 파악해 선택해야 한다. 선거 또한 그렇다.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잘 살펴보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나 정당을 정확히 찍어야 한다. 공약도 모른 채 뽑은 후보가 당선 후 펼치는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미 한 선택은 돌이킬 수 없다. 그러니 투표하기 전에 신중하게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의 정책선거에 도움을 주고자 ‘정책·공약 알리미(policy.nec.go.kr)’ 사이트를 운영한다. 정당 및 후보자별 공약을 손쉽게 알 수 있으니 선거가 다가오면 한 번 찾아가 우리지역 후보자가 내세운 공약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좀 더 능동적인 유권자가 되고 싶다면 ‘희망공약 제안’ 이벤트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희망공약 제안’이란 우리 지역과 분야를 선택 후 바라는 공약을 작성하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선관위에서 이를 후보자 등에게 전달해주는 이벤트이다. 내가 직접 제안한 공약이 채택돼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켜보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유권자와 후보자 간의 ‘정책소통’이라는 선거의 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다음으로, 힘 조절이 중요하다. 콩주머니를 너무 약하게 던지거나 욕심내서 많이 던져본들 명중하지 못하면 박은 터지지 않는다. 투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투표소에 잘 도착하였다면 투표용지에 도장을 정확히 ‘잘’ 찍어야 한다. 재미삼아, 혹은 실수로라도 여러 곳에 도장을 찍어 무효표가 된다면 내 표는 그저 종이 한 장에 불과해 진다. 귀한 시간을 내어 간 만큼 귀한 한 표가 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 투표해야 할 것이다.
사설을 길게 늘어놨지만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투표참여’다. 충북도의 제20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율은 57.3%으로, 당시 전국 평균인 58%에 미치지 못했다. 공약을 잘 알고 찍는 것도, 무효표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찍는 것도 투표에 참여해야 의미 있는 일이 된다. 4월 15일 18세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만족하는 4년을 위해 대박 터지는 게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