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김주태가 얼마 전 관아로 찾아와서 하는 말이 한양에서도 구하기 힘든 물건을 가져올 테니 그걸로 일단 탄호대감 입을 틀어막아 놓고 가져간 관아 창고 곡물은 가을걷이가 끝나고 고을민들에게 거둬들여 그때 채워놓으면 어떻겠느냐는 거여.”

청풍부사 이현로와 청풍도가 김주태 사이에 오갔던 뒷이야기를 묻지도 않았는데 김개동이가 최풍원에게 했다.

“무슨 물건인데 한양에서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랍디까?”

“김주태 말이니 그건 나도 모르지.”

“그래 어떻게 했답디까?”

“부사영감도 탄호대감으로부터 연일 독촉을 받고 다급한 지경이었으니,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일단 가져오면 물건을 보고 결정하겠다 했지.”

“그래 물건은 가지고 왔습니까요?”

“개뿔, 갖고 오긴 뭘 갖고 와! 한양에서 배가 오고 있으니 곧 읍나루에 도착할 거라는 둥 뭔 일인지 황강나루에 물건 실은 배가 정박을 하고는 올라오지 않고 있다는 둥 수하들과 지금 그 뱃꾼들과 흥정을 하고 있다는 둥 하며 차일피일 시간을 끌더니 종당에는 와서 하는 말이 다된 흥정을 딴 놈이 와 훼방을 놓아 어그러뜨렸다며 횡설수설하다, 부사영감이 모일까지 관아 창고에 입고시키지 않으면 당장 물고를 낸다하니 허둥지둥 돌아갔구먼.”

“그럼 김주태가 없는 말을 지어 했단 말이오이까?”

“부사영감이 하도 닦달을 하니 다급해서 우선이라도 모면하려고 공중 지껄인 말일 수도 있고…….”

김개동은 김주태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청풍에서 김주태처럼 탄탄한 장사꾼이 어디 있답디까? 그런 김주태가 관아에서 가져간 그 정도 곡물을 갚지 못해 쩔쩔 맨단 말입니까?”

김주태는 청풍 제일의 부자였다. 그런 청풍도가 김주태가 가진 재산이라면 관아에서 내간 곡물의 열 배라도 언제든 단번에 내놓고도 끄떡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깟 얼마 되지도 않는 관곡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최풍원은 믿을 수 없었다. 더구나 청풍관내 모든 향시 물산들도 제멋대로 주물럭거리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 정도 물량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걸 하나 해결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면 분명히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었다.

“김주태 지금 죽을 지경일걸세!”

최풍원의 의문에 김개동이가 밑도 끝도 없는 소리를 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우?”

“욕심내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욕심도 과하면 화를 입는 법이지!”

김개동이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를 했다.

욕심이라면 김개동이도 김주태 못지않았다. 둘이 다른 점이라면 김개동이는 아전노릇만 하며 고을민들 세금을 떼어먹는다면 김주태는 아전 노릇을 청풍도가까지 운영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고을민들 세금도 떼어먹고 장사까지 하며 고을민들 돈을 알궈 먹는다는 것이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두 사람 모두 힘겨운 고을민들 등쳐서 제 뱃속 채우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자들이었다. 그런데도 제 똥 구린 것은 모르는 게 사람이었다. 제 흉은 백 가지도 넘는 것이 남의 흉 한 가지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게 사람이었다. 김개동이 역시 욕심을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면서 고을민들에게 있는 욕 없는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장본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럼요, 욕심이 회를 부르는 법이지요. 나리처럼 관아 일만 보며 떨어지는 고물만 먹으면 아무 탈이 없을 텐데……. 그런데 김주태가 죽을 지경이라는 말은 무슨 말인가요?”

최풍원이 김개동의 똥구멍을 슬슬 근질렀다.

“김주태가 지금 곤경에 처한 것이 땅을 샀기 때문 아닌가?”

“김주태가 땅을 샀습니까요?”

“하기야 산 것이 아니라 빼앗은 것이나 진배없지.”

“누구 땅을 빼앗았단 말입니까요?”

“고을민들이 이전부터 부쳐먹던 땅이지, 누구 땅이겠는가?”

“그걸 빼앗았다면서 김주태가 왜 그것 때문에 죽을 지경이란 말입니까?”

최풍원은 도통 김개동이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양안에 없는 땅이라고 주인도 없겠는가. 이미 오래전부터 그 땅을 부쳐오던 사람이 있는데 그냥이야 빼앗을 수 있겠는가. 처음에야 김주태도 쌀 말이나 던져주고 그 땅을 내놓으라 했겠지만, 농사꾼 입장에서는 여적지 자기 땅처럼 농사 지으며 식구들 끼니를 때우던 건데 그리 할 수는 없었겠지.”

“농사꾼한테야 땅이 목숨 줄인데 당연히 그리 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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