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며칠 전 아내가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여파로 제주도 왕복 비행기 요금이 3만원도 안 된다는 것이다. 평일에는 3천원 항공권도 있다고 한다. 숙박료도 절발 가량으로 내렸다고 하니 이참에 아이들과 제주도 여행을 가자는 것이었다. 그 마음이야 이해는 하지만 안된다고 잘라서 말했다. 아무리 가능성이 낮더라도 온 국민이 함께 동참하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내도 곧 수긍하고 받아 들였지만 필자의 마음은 좋지 않았다.

출근 길 동네 우체국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재난 영화를 보고 있는 듯 하다. 어떤 이는 매일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산다고 한다. 불안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필자까지 그 불안함을 보태고 싶지는 않아 그냥 지나쳐 왔다.

2015년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나 중국에서 발원한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나 모두 국외에서 발생한 것임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세계화, 글로벌화, 국제화 등과 맞추어 전염병도 글로벌화 되는 것 같다. 세계화의 그늘 중 하나가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인 것이다.

세계적 감염병의 사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에 들어서 점점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1977년 러시아 독감, 2003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 2013년 중국 변종 조류독감(H9N7), 2015년 메르스 그리고 2019년 12월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9까지 점점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그런데 의학기술은 점점 더 발전하는데 왜 세계적 전염병 재난은 빈도가 잦고 그 피해는 커지는 것일까? 경제와 생활권의 세계화와는 관련이 없는 것일까?

최근의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의 가장 큰 특징은 원인과 확산 경로를 금방 밝혀내긴 하지만 전염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모든 경로를 폐쇄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언론에서는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연일 보도를 쏟아낸다. 충북에서만 1천200억원 경제손실이 추산된다고 걱정을 한다. 사느냐 죽느냐의 길목에서 먹고 사는 일을 걱정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글로벌경제, 세계화의 시대를 살고있는 현 인류에게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지구에 생명체가 생성된 이래 인간보다 훨씬 먼저 지구와 함께해 왔다. 우리 인체의 많은 부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부는 사망하기도 하고 적응하여 새로운 항체로 살아가면서 변화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특정 지역에 머물렀던 것이 이제는 하나로 연결된 세계화로 인하여 지구적 문제로 커지는 것 뿐이다.

바이러스는 숙주 없이는 전염하지 못한다. 즉, 인간이 이동하지 않는다면 바이러스도 확산되지 않는다. 머지않은 미래에 위험을 감수하고 이동할 것인가, 경제가 위축되더라도 머무를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피할 수 없는 세계화이지만, 그로 인한 그늘도 심각하게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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