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봉호 충북 옥천군의회 의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해서 하늘이 다 가려질 수 없다. 잘못을 알려지지 않게 덮으려고 한 일이 도리어 더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봄철 산란기 때 꿩이 숲속에 몰래 알을 낳으려다 스스로 울어 사냥꾼에 잡히는 어리석음이나 개구리가 시끄럽게 울어 뱀의 먹이가 되는 것과 같다.

이항복(李恒福)이 1600년에 전라도 체찰사가 되어 내려갔다.

조정에서 역적을 적발해 잡아 올리라는 명을 받고 그가 올린 치계(馳啓)가 이랬다. “역적은 새나 짐승, 물고기나 자라처럼 아무 데서나 나는 물건이 아닌지라 잡아내기가 어렵습니다.”

공을 세우자면 없는 역적도 만들어내야 할 판인데 그의 보고가 이렇게 올라오자 사람들이 모두 기담(奇談)이라며 외워 전했다. 역적 색출로 후끈 달아있던 판을 식히는 경종이 됐다.

부계기문은 이 일을 적은 후 ‘오늘날에는 역적을 고변하는 자가 잇달아서 앞뒤로 5~6년이 지났는데도 여태껏 옥사를 결단하지 못하고 있다. 역적 수가 새나 짐승, 물고기와 자라보다도 많으니 또한 세상이 변한 것을 볼 수가 있다’고 썼다.

참판 문근(文瑾)이 형관(刑官)으로 오래 있었다. 하루는 자백의 허위와 진실을 시험해 보려고 집안사람들에게 “닭둥우리의 알을 가져가면 형벌을 더하리라”하고는 몰래 몇 개를 빼내 감췄다. 그러고는 집안의 손버릇 나쁜 계집종에게 계란을 훔쳐갔다고 뒤집어 씌워 맵게 매질을 했다. 견디다 못한 계집종이 자기가 그 계란을 삶아 먹었다고 실토했다.

참판이 탄식하며 말했다. “내가 후손이 끊어지겠구나. 10년간 형벌 맡은 관리로 있으면서 죄를 자백한 자가 어찌 모두 진실이겠는가? 이 계집종과 한가지일 것이다.” 자신의 능력 때문인 줄 알았는데 매질의 힘이었다. 효빈잡기에 보인다.

언젠가 무슨 리스트라고 해서 어떤 기업가가 자살하기 전에 정치자금을 준 공직자 이름과 금액을 적은 명단을 언론에서 발표한 바 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중의 한 사람이 국회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목을 걸겠다’고까지 말했던 사건.

‘친하지도 않다, 만난 적도 없다, 돈을 받은 적도 없다’라고 말했지만 새로운 증거들이 나타나고, 입막음을 시도했던 정황도 포착되고 해서 며칠 못 버티고 관직에서 하차해야 했던 일.

정말 욕개미창(欲蓋彌彰)이라는 한자성어가 무얼 말하는지 정확히 보여준 사건이라 생각되네요.

“기억 안 난다”, “그런 적 없다” 하면 할수록 의혹이 증폭되고 거짓말이 탄로나 결국 사면초가에 몰리는 상황. 지금 우리 정치권에서 너무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사방에 눈이 있고, 내뱉은 몇 마디가 기사가 되는 세상이다. 덮는 게 결코 능사가 아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다고.

우연찮게 거짓말을 했는데, 일이 커져 버려서 그 일을 무마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거짓말들을 또 하게 되면서 수렁에 빠지게 된 경험 한 번쯤은 있기 마련이다.

욕개미창(欲蓋彌彰)이란 한자성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나쁜 일이나 거짓말을 되도록 하지 않는 정직한 삶을 살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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