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함께했던 가족들이 모두 이곳저곳으로 떠나갔다. 지금의 나는 찾아오는 이들이 줄어든 한적한 섬에 살고 있는 듯하다.

군산시 옥도면에 자리한 선유도로 여행을 갔었다. 군산에서 낚싯배를 만나기로 하여 시간 맞춰 도착했다. 낚싯배는 도착해 있었다. 짐을 옮겨 싣고 배에 올랐다. 물살을 가르며 시원하게 달려 나갔다. 얼마를 달려가다 배가 멈추더니 낚시를 하라고 했다. 처음 해보는 낚시라 입질이 오는지 어쩐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몇 수를 낚아 올리고 선유도에 도착했다. 숙소는 선장이 운영하는 민박집이었다. 리어카에 짐을 싣고 도착했는데 앞에 탁 트인 바다가 출렁이며 반겨주었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섬 곳곳이 북적였다. 평소엔 조용하다 주말이면 낚시를 하러온 사람들과 바다를 즐기러온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고 했다. 옷을 갈아입고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바다 체험을 떠났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즐거워한다. 조용했던 집에 휴일 가족이 찾아와 웃고 즐기는 모습 그대로다.

큰 집에 항상 둘만이 지내고 있다. 여유롭고 한갓지다. 가끔 토요일이나 공휴일 생일 명절 때를 제외하고는 늘 그렇다. 푸른 바다 한가운데 홀로 떠있는 섬과 같은 집이다. 섬에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빠져나가면 텅 빈 섬이 되듯이, 집에도 가족들이 몰려왔다 돌아가면 텅 비어 공허하다. 평상시엔 느끼지 못하다 누군가가 다녀가면 느끼게 된다. 그 허전함은 한참의 시간이 지나야 제자리를 찾게 된다.

관광객들이 다녀간 흔적은 이곳저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모래사장에 수없이 남겨진 발자국들과, 체험하며 파놓은 구덩이들, 한 폭의 그림으로 남겨져 있다. 구석구석 버리고 간 쓰레기들 그런 것들이 흔적으로 남아있다. 섬사람들은 그것을 치우고 정리하며 그들을 생각한다.

똑같다. 아이들이 다녀간 흔적들이 집안 곳곳에 널려 있다. 한참을 치워야 정리가 된다. 그것들을 바라보며 치울 때 따뜻한 온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다 주변의 공허함을 느끼며 섬 집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시가 바다면 집은 물위에 떠있는 섬이다. 간혹 길 위를 자동차가 지나가듯 섬 주변을 배들이 지나친다. 일철이 들어서면 그나마 집은 텅 비어 바다 한가운데 외로이 떠있는 섬과 같다. 들리는 사람 없이 지나쳐 버린다.

섬은 찾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외롭다. 찾아들면 시끌벅적하다 빠져 나가면 썰렁하다. 언제나처럼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당연함으로 받아들이고 허전함을 따뜻함으로 맞이해야 한다. 찾아주는 이 없는 섬 생활을 즐기면서 살아가야 하겠다. 그곳에서 낙을 찾으며 오는 이 없을 땐 내가 찾아가도록 해야 하겠다.

이제 섬들이 달라졌다. 배를 타야만 갈수 있었던 섬들이 다리로 이어져 육지가 되었다. 세월이 모든 것들을 변화시킨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섬이 되었다. 외로움의 섬이 아니라 언제든 누구든지 소통하며 살 수 있는 섬이 되었다. 나의 집에도 다리가 놓여 누구든 자유 왕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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