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충청매일] 현대를 위기사회라 한다. 이 위기를 학자들은 변덕스럽고, 불확실하며, 복잡하고, 모호하다고 하여 VUCA(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로 표현하고 있다. 이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사회 전체의 가치관부터 삶의 모든 영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게 된다. 그러한 모습을 우리는 IMF 금융위기에서 경험하였다.

지금 우리 사회를 패닉 상태로 몰고 가는 코로나 19에 대하여 국민들은 위기로 인식하고 있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할 수 있는 팬데믹(pandemic)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코로나 19를 전염병으로 예방하지 않고 정치 및 경제와 연계하여 뒤늦게 위기경보단계를 심각 단계로 격상시켰다.

이러한 가정과 함께 걱정스러운 것은 코로나 19가 심각 단계에 이르렀을 때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에 대한 전략은 현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기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 오명돈 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있는 인구의 40%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10%가 폐렴으로 진행되어 2만명 정도가 사망할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상황을 전략적 시나리오 기획에서는 와일드카드(wild card)라고 부르고 있다. 와일드카드는 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발생한다면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을 의미한다. 독일의 통일, 미국의 9·11 사건,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등이 대표적인 와일드카드이다.

와일드카드와 같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건은 기존의 지식이나 예방 패러다임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우리의 경우 코로나19에 대한 초기 대응은 증상이 있더라도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은 감시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코로나 19를 마귀의 짓이라고 호도하고, 야외 집회에서 전염은 실내보다 적다면서 광화문 대중 집회를 열어도 법규가 없다고 통제하지 못한다. 전형적인 관료적 대응이다.

이러한 와일드카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책결정자의 열린 마음과 눈이 필요하다. 정책결정자는 와일드카드와 같은 사건에 대하여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는 것부터 인식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징후가 있기 전에 와일드카드가 가져올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요구된다.

우리의 감염병 예방 대책에 중국 우한에 버금가는 전염병이 발병되었을 때를 가정한 대응 시나리오가 있는지 궁금하다.

환자를 어디에 수용하고,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인력, 장비, 약의 공급은, 무엇보다도 공포에 패닉 상태가 된 시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시나리오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현대 위기사회에서는 와일드카드적인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와일드카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준비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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