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복잡하고 단절 돼 냉정하고 차가워진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부딪혀야하는 벽들은 수없이 많다. 혼자서 애쓰고 애써도 도저히 그것을 뛰어 넘을 수 없어 절망하려 할 때 소곤소곤 따스하게 그 길을 안내해주는 그림책이 있다.

빨갛고 작은 냄비를 달그락거리며 끌고 다니는 아나톨. 어느 날 갑자기 머리 위로 떨어진 냄비는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냄비로 인해 평범한 아이가 될 수 없는 아나톨. 상냥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음악도 사랑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냄비만 쳐다본다. 사랑이 필요한 아나톨에게 불편하고 이상하고 무섭다고도 한다. 냄비가 자꾸만 걸려서 앞으로 갈 수가 없고 평범한 아이가 되려고 남들보다 두 배나 노력을 한다. 넘어지고 생각대로 되지 않아 화도 내고 소리도 질러 보지만 여전히 친구들은 나쁜 말을 하고 때리기도 한다.

냄비가 없어졌으면 좋겠지만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무척 노력을 하지만 떨어지지 않는 냄비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자 아나톨은 숨어버리기로 한다. 그러면 편할 것 같아서 오랫동안 그러고 있는다.

사람들은 아나톨을 조금씩 잊어버리고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세상이 정말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평범하지 않은 그 사람이 나타나 냄비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사람은손을 마주 잡고 네가 무엇을 잘 하는지 표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그리고 아나톨이 매번 걸려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한 빨간 냄비를 넣을 수 있는 가방도 만들어 준다.

두 사람은 이제 헤어졌지만, 냄비는 여전히 달그락 거리지만 어디에도 걸리지 않아 친구들과 마음껏 뛰놀 수 있게 된다.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는 아나톨을 사람들은 칭찬하지만 아나톨은 여전히 예전과 똑같은 아나톨이라 한다. 아나톨이 가지고 있는 작은 냄비는 현대인이라면 가지고 있는 콤플레스, 정신장애, 어려운 인간관계,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 또는 신체적 장애 일 수도 있다. 정도의 차이일 뿐 그것을 겉으로 얼마나 드러내고 사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아나톨에게 나타난 그 사람은 자기 것보다 아나톨의 냄비가 더 크며 같이 가자고 한다. 냄비를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 냄비가 구덩이에 걸리면 그것으로 다리를 놓아 그 구덩이를 건너면 된다고 하는 아주 섬세하고 현명한 삶의 방법도 알려 준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물을 넘는 데 그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간절함과 동시에 그것들을 뛰어 넘을 때 절대로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안 되며 주위의 관심과 실천만이 그걸 가능 하게 한다는 것도 알게 한다. 난 특별한 아이가 아니에요. 그냥 평범한 아이로 살기 위해 무척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더 이상 절망하지 않게 해주세요.

지금 이 순간 아이건 어른이건 힘겹게 장애물은 넘고자 애쓰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차갑고 거칠게 바라보지 말고 너무 무겁게 말하지 말자. 눈물겹게 따스하고 섬세한 언어, 소박하지만 굵직한 울림이 있는 그림, 소리치지 않는 담백한 감정으로 우리 곁에 놓고 보아야 할 책이다. 더불어 우리가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라도 아나톨의 작고 빨간 냄비를 포근히 감싸줄 초록색 주머니를 하나쯤 마련해 놓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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