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상대와 싸우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침착해야만 적의 급소가 보이고 불리할 때는 자신이 달아날 길이 보이는 법이다. 이것을 모른다면 인생에서 항상 피 터지는 싸움을 해야 할 팔자인 것이다. 두 번째는 상대의 힘을 헤아리는 것이다. 힘이라면 돈, 인원, 무기, 깡다구 정도를 말한다. 상대의 힘을 바로 알지 못하고 자신의 힘만 믿다가는 싸움에서 항상 패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싸움에서 고수의 반열에 오르려면 세 번째로 상대의 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바로 적의 작은 조짐을 보고 적의 급소를 아는 것이다.

기원전 500년 춘추시대, 중원의 강국인 진(晉)나라는 6명의 신하들이 권력을 나누어 가져 군주는 그저 허수아비 존재였다. 이때 남방에 근거한 오나라 왕 합려가 중원에 진출하기 위해 진나라에 크게 관심을 가졌다. 하루는 전략가이자 군대를 통솔하고 있는 손무(孫武)에게 물었다.

“진나라의 여섯 신하 중에서 가장 먼저 망하는 자가 누구이겠는가?”

이에 손무가 대답했다.

“범씨, 중행씨, 지씨, 한씨, 위씨 순서로 망하고 분명 조씨가 나라의 권력을 움켜쥘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손무가 근거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 무렵 제후들은 자신의 영지에서 세금을 거두었는데 1묘를 기준으로 하였다. 1묘(畝)는 대략 660㎡이다.

“범씨와 중행씨는 400㎡를 한 무로 정해 세금을 걷고 있습니다. 이는 세금을 많이 걷기 위한 술책입니다. 세금이 늘어나면 자신의 가신을 많이 둘 수 있고 사병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전보다 사치스럽고 거만해지니 민심이 곧 떠나고 맙니다. 그러니 가장 먼저 멸망할 것입니다. 지씨의 상황은 범씨나 중행씨보다는 조금 낫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450㎡를 한 무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범씨, 중행씨 다음으로 망할 것입니다. 한씨와 위씨도 세금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씨는 1묘가 880㎡으로 토지 단위가 커서 백성들이 세금에 대한 부담이 적습니다. 세금이 적으니 조씨는 검소한 생활을 할 것이고, 백성들은 그런 조씨에 대해 믿음을 가질 것입니다. 이는 백성의 요구에 응하는 정책을 펴기 마련이니 틀림없이 이후 진나라의 권력을 움켜쥘 것입니다.”

손무의 예견처럼 얼마 후 과연 조씨가 민심을 얻어 다른 세력들을 멸망시키고 권력을 쥐었다. 이는 사마광이 편찬한 ‘자치통감’에 있는 이야기이다.

이상지계(履霜之戒)란 어느 날 서리가 밟히면 이제 곧 얼음이 얼 징조를 아는 계책을 말한다. 작은 조짐을 보면 그것이 화(禍)가 될 것인지 복(福)이 될 것인지 미루어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싸움의 승패는 항상 작은 조짐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지혜로운 자는 작은 조짐을 경계하여 환란을 막아내는 것이다. 매일 술을 마시거나, 한 달에 한 번도 운동을 하지 않거나, TV나 인터넷에 빠져 책 한 권을 읽지 않고 산다면 환란이 닥칠 것이니 경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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