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또 거래가 잘 성사되어 앞으로 계속 북진여각과 교류하게 된다면 배영학으로서는 비록 이번에 손해를 본다 해도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 봉을 잡는 것이었다. 그러니 봉화수가 무리한 요구를 해도 쉽게 흥정을 깨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쩌겠소?”

봉화수가 강수에게 곳간문을 닫아 걸라고 했다. 그리고는 배영학을 몰아붙였다.

“이거 참! 이 할이면 별반 재미가 없는데…….”

배영학이가 몹시 난처해했다.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봉화수의 눈치를 살폈다.

“하하하! 그래 심정이 어떻소이까?”

갑자기 봉화수가 크게 웃으며 배영학의 기분을 물었다.

“그게 무슨?”

배영학이가 영문을 몰라 봉화수의 입만 쳐다보았다.

“곱절까지 받을 수 있었는데 원금까지 밑 가게 되었으니, 그 기분이 어떠냐는 말이오.”

“그야 뭐…….”

배영학이가 몹시 아쉬워했다.

“세상에 지 물건, 지 돈 아깝지 않은 놈, 어디 있겠소. 지 것은 많이 받고 싶고, 남 줄 돈은 좀이라도 덜 주려고 아등바등 이지요. 그게 인지상정이지요. 하지만 내 욕심만 차리다보면 누군가는 피해를 입는 사람이 반드시 생겨나는 법 아니겠소이까? 사람들은 의레 장사는 그런 것이라며 그것을 당연시하면서도 자신만 당하지 않으면 그뿐이라 생각하지요. 그래, 배 선주가 당하고 보니 어떻소이까?”

봉화수가 재차 물었다.

“속이 쓰리오!”

배영학이 가슴을 문지르며 대답했다.

“그렇게 속이 아프니, 다음에 만약 배 선주가 배짱을 부릴 물건이 있다면 어쩌시겠소? 기를 쓰고 내 눈탱이를 치려 할 것 아니겠소이까?”

“…….”

봉화수의 물음에 배영학이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거래가 오래 지속될 수 있겠소. 서로 이득만 챙기려다가 더 이상 뜯어먹을 게 없으면 남남이 되고 말겠지요. 배 선주, 우리 북진여각과 오랫동안 거래를 해보고 싶지 않소이까?”

“그리만 된다면 나는 좋소이다!”

그 말에는 배영학이가 반색을 하며 달려들었다.

“좋소이다. 그럼 다시 흥정을 해봅시다. 배 선주가 현물거래를 하자고 했으니 그건 그렇게 하십시다. 그런데 물물교환은 어떤 방식으로 하겠소이까?”

“물건에 붙인 이득금은 빼고 원가를 따져 일대 일로 합시다!”

“그래도 억울하지 않겠소이까?”

봉화수가 배영학의 의중을 물었다. 봉화수는 자신이 배영학의 물건에 대해 두 배를 주겠다는 약속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거래가 오래 지속되려면 신의가 우선돼야 하지 않겠소?”

배영학이가 봉화수의 의중을 읽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 배 선주께 한 가지 더 부탁할 것이 있소이다.”

“그게 무엇이오?”

“한양으로 가거든 다른 선주들과 경상들에게도 우리 북진여각을 소문내주시오!”

“그야 이를 말이오!”

“모든 것이 합의가 됐으니, 저 곳간의 물건을 배 선주에게 먼저 실어주겠소이다. 그리고 예까지 배를 몰고 올라왔으니 거래액보다 일 할의 우리 물산을 더 얹어주겠소이다!”

봉화수가 선심을 썼다.

“정말 고맙소이다. 한양으로 내려가거든 내 널리 북진여각을 알리겠소이다. 그리고 내 다시 올라올 때는 북진여각에 필요한 물건을 싼 값으로 구해 가져다주겠소이다. 최 상질의 물건으로.”

배영학의 얼굴이 환하게 피었다.

“지금 당장 곳간을 열고 물건들을 선적해드리리다!”

봉화수가 마당에 흩어져있던 일꾼들을 불러 모아 곳간의 물산을 나루터에 정박해있는 배역학의 배에 옮겨싣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배영학이가 무슨 말인가 하려고 우물쭈물했다.

“무슨 얘기요?”

“실은 황강 문화마을에서 흥정을 하던 와중에 청풍도가 사람들이 한 말인데 도움이 될라나 모르겠소이다.”

“그게 뭐요?”

봉화수가 귀를 쫑끗 세우고 배영학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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