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연구원 콜로키움 시간에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 책에서는 90년대생들의 특징을 제시했다. ‘간단, 재미, 솔직, 짧은 글을 좋아한다, 상사나 어른들에게 버릇없다, 내 권리에 당당하다, 꼰대를 참지 못한다, 주장이 강하다, 직장보다 자신의 삶을 중요시 한다’ 등이 그들의 특징이라고 한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필자는 ‘우리와 다른 세대니 어떤 특징이 있는지 배우고 이해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세대니 철없는 생각들을 하겠지’라는 짐작이 더 강했다. 그런데 그들의 특징들과 설명을 들으면서 필자의 짐작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90년대생들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보다는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보다는 개인적인 삶을 더 중요시한다. 그렇다면 90년대생들은 꿈이 없는 개인주의적 성향의 세대인 것인가? 왜 이렇게 우리 세대와 다른 것일까? 그들의 다름이 잘못된 것일까? 그들은 부모 세대를 꼰대라고 부르는데, 그 꼰대의 기준은 무엇일까?

전혀 다른 문화와 사회환경에서 자란 부모 세대로서 필자가 그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들은 70∼80년대의 민주화 투쟁을 경험하지 못했고, 대가족이 아니라 핵가족 문화에서 자랐다. 책보다는 스마트폰이 더 익숙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다 보니 헝그리정신이니 조직에 충성해야 한다는 등의 속칭 꼰대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 두꺼운 책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서점이나 도서관보다는 무료 와이파이가 되는 커피숍이 더 좋다. 다른 사람과 토론하고 때론 다퉈가면서 조율하기보다는 혼자서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유치원부터 또래들과만 생활하다 보니 나이 많은 사람이나 어린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고, 그런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어찌 보면 90년대생들이 부모 세대와 많이 다른 원인은 그렇게 자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준 부모들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그렇다고 90년대생들의 특징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 전에 왜 그들이 그렇게 되었는지를 먼저 생각해봤으면 한다.

90년대생들에게 꼰대라고 불리는 50∼60년대생 부모들은 과연 자녀들을 제대로 잘 양육하였는가 질문한다면 어떻게 대답을 할 것인가? 버릇없다고 얘기하지만, 자녀들에게 어른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준 적이 없다. 말과 야단으로 가르친 적은 있겠지만 행동으로 보여준 적은 없는 것 같다. 자녀들은 부모의 말이 아니라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핵가족 속에서 늦게 퇴근하는 부모님, 관계문화를 친절하게 알려주고 보여주는 대신 혼내거나 방치해 왔다. 그렇게 키운 자녀들이 어느덧 청년이 되었는데, 나와 다르게 행동한다고 잘못이라며 지적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생각이 다르다고 모두 꼰대로 취급받는 것 같지는 않다. 내 생각을 차분하게 전달하고, 상대의 의견을 묻는다면 90년대생들도 부모 세대를 이해하고 꼰대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생각’조차 나와 같아야 한다거나, 다른 생각이나 행동에 대하여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갈등을 키우는 꼰대짓이 되고 만다. ‘00년대생의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아버지로서 필자는 아직 꼰대의 성향이 더 강한 것 같다. 생각은 다르더라도 태도가 꼰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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