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충청매일] 제92회 아카데미상 수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부문에 이르기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우리 영화 역사 101년을 새롭게 썼고, 문화 한류의 최정점을 찍은 쾌거이다.

기생충은 다른 동물체에 붙어서 양분을 빨아 먹고 사는 벌레를 말한다. 이외에 기생충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덧붙어서 살아가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도 사용된다. 기생충은 크게 이나 벼룩과 같은 외부 기생충과 회충, 십이지장충과 같은 외부 기생충으로 구분한다. 기생 동물은 악어와 악어새와 같이 서로 공생 관계를 형성해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많은 기생충이 그 숙주가 되는 인간이나 동물의 영양분을 섭취해 숙주에게 피해를 준다.

우리 사회에는 그 기생충과 같은 사람이 너무도 많다. 평균 매일 130여명이 10억원 이상씩 사기 치는 보이스 피싱에서부터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자본투기나 불공정 거래와 같은 천민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기생충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기생충을 키워서 ‘조물주 위에 건물주’를 만들고, ‘국민이 없는 정치를 만들고’, ‘학생이 없는 학교’를 만들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기생충이 숙주가 되고자 한다. 그러나 영화 기생충은 기생충이 그러하듯이 숙주와 함께 멸망하는 것을 그리고 있다. 영화 기생충이 각광받는 이유는 그것이 세계사의 흐름과 같이 하고 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현대사회의 가장 큰 위기 가운데 하나로 불평등을 지적하고 있다. 그 불평등을 영화는 매우 역설적으로 각본해 전달하고자 하였다.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가 기생충과 같은 형태로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사회이다.

이러한 기생충을 증식시키는 가장 커다란 요인은 우리 안에 있는 이기심과 욕망, 타인과 함께하지 못하는 행태에서 찾을 수 있다. 사생결단 하듯 대립각만 세우고 있는 정치권의 행태, 근로자를 상생의 파트너가 아닌 월급을 좀 먹는 존재로 이해하는 기업주, 국가 보조금을 개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기생충을 버리지 않는 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파멸해 가는 세상을 다시 영화로 제작할 것이다.

칼 짐머는 ‘기생충 제국’에서는 인간은 지구를 숙주로 하는 기생충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인간은 숙주인 지구 속에 살면서 토양을 오염시키고, 바닷물고기의 씨를 말리고, 지구 상에 있는 종을 멸종시키는 기생충과 같은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지구와 함께 멸망하는 인류에게 여러 가지 경고를 하지만, 기생충으로 행태를 벋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 오늘의 현실이다. 기생충은 숙주가 나약할수록 더 증식해 재생산된다는 생명논리를 안다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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