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600년, 초나라 장왕은 춘추시대 두 번째 천하의 패권자에 오른 인물이다. 첫 번째는 제나라 환공이다. 환공에게 관중이라는 명재상이 있었던 것처럼 장왕에게도 손숙오(孫叔敖)라는 명재상이 있었다.

어느 날 장왕이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가 너무 작고 가볍다고 생각하여 새로 크게 만들도록 했다. 하지만 새로운 화폐는 너무 불편하여 백성들이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시장이 혼란스러워 거래가 뚝 끊겼다. 시장 관리가 이를 보고하였다.

“새로운 화폐로 인해 시장이 아주 혼란해졌습니다. 백성들은 그로 인해 장사가 되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에 재상 손숙오가 관리에게 물었다.

“그래, 언제부터 그렇게 됐소?”

관리가 대답했다.

“석 달쯤 됐습니다.”

그러자 손숙오가 말했다.

“알았소. 내가 닷새 안에 예전으로 회복시키도록 하겠소.”

다음날, 손숙오가 장왕을 뵙고 이 일을 아뢰었다.

“지난 번 화폐를 바꾼 이후로 시장이 혼란해졌고 백성들이 무척 불편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장사를 계속할지 안 할지 모두들 고민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전으로 회복시켜 주십시오.”

장왕이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고 여겨 이전으로 회복시키라고 명했다. 다음날 손숙오가 교시를 공표하였다. 그러자 사흘 만에 시장은 예전 활기를 되찾았다.

그 무렵 초나라 백성들은 높이가 낮고 바퀴가 작은 비거( 車)라는 수레를 사용했다. 하지만 장왕은 비거가 불편하다고 여겨 법령을 고쳐 수레의 높이를 높이도록 하였다. 그러자 재상 손숙오가 나서서 아뢰었다.

“법이 자주 바뀌면 백성들은 혼란스러워 어느 것을 따라야 할지 모릅니다. 왕께서 수레의 높이를 올리고 싶으시다면 먼저 백성들의 문지방을 높이도록 하십시오.”

장왕이 이 말을 듣고 백성들의 문지방을 높이도록 하였다. 한 해가 지나자 백성들이 스스로 수레의 높이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는 가르치지 않아도 백성들이 스스로 감화되어 따른 것이다.

손숙오는 세 차례나 초나라 재상에 올랐다. 자리에 오를 때에는 자신의 재능이라 자랑하지 않았고 기뻐하지 않았다. 또 자리에서 물러날 때에는 자신의 허물이거나 불운이라고 여기지 않으니 조금도 서운해 하지 않았다.

그가 재임하는 중에 초나라는 천하의 강대국이 되었고 장왕은 천하의 패권자가 되었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이야기이다.

풍운지회(風雲之會)란 구름과 용이 만나고 바람과 범이 만나듯이 큰 뜻을 품은 임금과 어진 재상이 만남을 이르는 말이다. 좋은 부하를 만나 천하의 영웅이 되고 큰 공을 세운다는 말로 주로 쓰인다. 좋은 부하는 겸손한 자가 첫 번째고 말없는 자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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