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연 시인 첫 시집 ‘폭우반점’ 출간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조우연 시인이 2016년 ‘충북작가’ 신인상을 수상하고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첫 번째 시집 ‘폭우반점’(문학의전당 시인선/9천원)을 출간했다.

조 시인의 첫 시집 ‘폭우반점’은 ‘분열’을 통해 자기에게 당도한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을 시라는 형식을 빌려 펼쳐낸다.

시와 삶이 엮이는 궤도 속에서 시인은 자신을 이루고 있는 인물들의 상처를 보듬고, 외로운 시간을 꿰매며 한 발씩 나아간다. 한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로 확장되고, 더 나아가 이 세계가 갖고 있는 통증에 대한 이야기로 넓혀나간다.

시집은 전체 3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에서 표제목인 ‘폭우반점(暴雨飯店)’을 비롯해 시인의 이름을 시 제목으로 쓴 ‘조우연’, ‘조우연 아버지’, ‘자전거를 타고 굴렀어’ 등 제목만으로 시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작품들이 들어 있다. 제2부에는 ‘약국(藥國)’, ‘나무의 무릎’, ‘진양조 해금 산조’ 등이 들어 있으며 제3부에서는 ‘밥’, ‘이녁’, ‘엄마’, ‘이사’, ‘철밥통 밥그릇’ 등 시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담겨 있다. 

시집에 대해 해설을 쓴 신종호 시인은 “시집 ‘폭우반점’에 실린 시편들의 기저(基底)는 우울이라는 씨실과 냉소라는 날실로 짠 직물(織物)에 운명과 자유, 필연과 우연, 원본과 표절, 주연과 조연 등 상반된 두 계열의 의미조각을 덧대고 꿰맨 패치워크(patchwork)의 형태를 보인다”며 “이러한 구조가 ‘자화상’이라는 틀로 구축되면서 시인의 경험과 사유가 다양한 의미로 변주된다는 것이 시인의 시편들이 갖고 있는 특징”이라고 말한다.

덧붙여 신 시인은 “시인의 작품이 ‘자화상’이라는 액자 속에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결핍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맞대었기 때문”이라며 “시인은 그것을 봉합하는 언어를 구사하며 단절된 것들의 연결에 성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집 ‘폭우반점’은 갑작스러운 비 소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골이 상접한 갈비뼈 두 가락을 빼들고!’를 외치며 자신에게로 당도한 것들과의 대결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인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함기석 시인은 추천사에서 “‘폭우반점’을 펼치면 엄마의 울음이 해금가락을 타고 빗물처럼 흘러나온다. 북풍에 흔들리는 마른 갈잎소리도 들리고 세상의 칼질을 온몸으로 받아 나이테를 만드는 도마의 숨소리도 들린다. 눈먼 노인의 눈동자에 스민 비애의 하늘, 안개 낀 숲의 비탈에서 홀로 천장(天葬)을 치르는 나무도 보인다”며 “이 모두가 시인 특유의 음(音)과 색(色)으로 변주된 생의 풍상(風霜)들이다. 그녀는 독특한 감각과 상상으로 고통으로 점철된 이 눈물의 세계를 놀이공간으로 변전시킨다. 관습적 사고에 길들여진 통념과 인식의 알을 깬다”고 썼다.

시 속에서 시인은 몸에 새겨진 비애의 문신들을 유머와 농담으로 풀어내는 감각파 리얼리스트를 담았다. 까불까불 아픈 기억과 놀고 말과 노는 들장미 소녀 캔디도 등장한다.

조 시인은 첫 시집을 통해 “새들이 그러하듯이 몸을 못 삼아 붙잡고 살아온 그림자를 이제 놓아주려 한다”고 말한다. 시인은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충북작가회의 회원, ‘시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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