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시끄럽다. 유럽의 어느 대학에서는 동양인의 출입을 금지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바이러스의 발생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장면처럼 사람 없는 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우리나라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고, 아산과 진천에 격리 수용된 사람들도 별 탈이 없는 듯하다. 수용시설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매우 우수하고, 무엇보다도 격리시설 안에 있는 수용자를 많이 배려한 것으로 알려져서 한결 마음이 가볍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가능한 강력한 통제를 원하겠지만 안에서 일주일째 강제로 수용된 사람들의 심정은 훨씬 더 불안하고 힘들 것이다. 본인의 잘못이 아닌데도 마치 죄인처럼 미안한 마음을 가지거나,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밖의 사람들도 있다. 15일이 지나 완치되어 격리시설에서 하나 둘 나오게 되면 밖에 있는 우리는 어떻게 그들을 맞이해야 할까? 가족들처럼 고생했다고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 그들이 격리시설에서 15일 동안 겪어야 했던 불안과 공포는 어떻게 치유해줘야 할까? 오랜 시간 심리적인 고통을 겪은 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지 않았던 과거와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밖에 있는 우리는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우리 주변에도 늘 격리된 사람들처럼 수 십 년을 살아온 이들이 있다. 그들은 감염병에 걸리지 않았고 그런 경력도 없다. 다만 보호구역에 산다는 이유로 밖의 세상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했다. 오랜 시간 격리된 지역으로 분리되는 바람에 사람들은 대부분 떠나고 아무도 살지 않는 동네가 점점 늘어났다. 어떤 리(里)는 거주 인구가 한 명도 없다. 보이는 것은 산과 물 뿐이다.

대청호 상류에 사는 사람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나 메르스에 감염되지는 않았지만 40년 가까이 격리된 삶을 살아오고 있다. 격리지역인 상수원보호구역 안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떠났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힘이 없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이유는 단 하나이다. 댐 하류지역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희생이다. 보호구역을 떠나서 다른 지역에 가서 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는데, 이는 코로나바이러스 환자에게 왜 중국에 갔었냐고 말하는 것과 같다. 환경부는 상수원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그곳에 오는 관광객을 오염원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인구가 증가하거나 관광객이 늘어나는 행위는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렇게 대청호 상류는 영원히 세상과 격리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이는 아산과 진천에 수용된 사람들이 영원히 밖으로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환경도서상과 장로스탕상을 수상한 ‘격리된 낙원’의 저자 로베로 바르보는 그의 책에서 지구가 여섯 번째 대멸종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대멸종의 시기를 늦추거나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이분법적 즉, 개발과 보전, 경제와 환경의 논리를 벗어나 함께 하는 팀플레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청호 상류 사람이나 지역은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격리하는 방법으로 실패한 상수원 관리제도도 이제는 함께하는 팀플레이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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