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밀폐된 공간 작은 틈으로 빛이 새들어온다. 맑은 공기도 들어온다. 틈을 통해 세상과 통하고 있다. 어둠에 갇혀 깜깜했던 공간에 소통이 이뤄진 것이다. 고립에서 틈을 통해 외부와 연결된 것이다.

추운 겨울 작은 틈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온다. 무시하고 지나치기엔 너무 큰 추위를 안겨준다. 운전 중에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고 가다보면 그 틈으로 어느새 끼어들기를 한다. 줄서서 차례를 기다릴 때도 조금 틈을 벌리고 서있으면 어김없이 새치기를 한다.

틈은 작지만 크다. 작은 틈 하나에 모든 것들을 잃을 수도 있다. 거대한 바위도 작은 틈에 쐐기를 박으면 쩍 갈라져 쪼개진다. 저수지나 강둑도 작은 틈으로 물이 새기 시작하면 순간에 무너지고, 농경지까지 잠겨 쓸모없는 땅이 되고 만다. 틈의 힘이다.

틈은 무섭도록 집요하다. 약간의 틈만 보이면 질병이 찾아들어 몸 전체의 건강을 빼앗아간다. 실수로 다친 상처는 치료하면 되지만 몸속 깊은 곳에 찾아든 질병은 모든 걸 잃게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틈은 무섭고 잠시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이 파괴되어 틈이 발생하면 자외선이 지표면에 도달하여 생물체가 살수 없다고 한다. 특히 면역결핍증과 피부암, 백내장 등을 유발시킨다고 한다. 지붕에 틈이 생기면 비가 새고 집은 쓰러지고 만다. 방안에 틈이 있으면 가스와 연기가 새들어와 잠시도 견뎌나기 어렵게 만든다. 이와 같이 우리는 틈을 통해 생활을 위협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약간의 틈이 필요하다. 약점이 아닌 상대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 말이다. 틈이 없는 사람의 주변은 썰렁하다. 무언가가 약간은 허술한 듯해야 접근해온다. 상대하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사람에겐 접근하기 꺼려한다. 틈이 없어 상대하기 어렵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틈은 소통이다. 틈을 통해 사랑을 전해주고 틈으로 찾아든다. 사랑을 주고 싶어도 가슴이 닫혀있어 줄 수 없다. 슬쩍 틈을 내 보여야 파고들 수 있다. 오지 않는 사랑을 기다리지 말고 들어올 수 있도록 틈을 보여야 한다.

누구에게나 틈은 있다. 대자연도 틈이 있다. 틈을 잘 이용할 줄 알아야 보호받고 살아갈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갖추어야할 지혜라 생각한다.

어둠속 공간속에 틈을 통해 빛이 들어온다. 그 빛은 오래가지 않아 밝은 빛으로 가득 채운다. 작은 새, 틈 하나가 커다란 바위를 두 조각내듯 틈은 물체의 이동 없이 공간과 시간을 바꿔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주 공간의 한 틈에 자리하고 있는 지구. 하늘과 땅의 틈에서 활보하며 살고 있는 우리들. 틈은 작으면서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네 인생이 바쁘게 흘러간다.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인생 1막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제 2막을 쉴 틈을 가지고 즐기며 살아보려고 한다. 그러나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틈을 내주지 않고 더 바쁘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잠시 틈을 내어 하루를 정리 해본다. 내일을 준비하려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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