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주
수필가

[충청매일] 미루고 미루었던 와우산토성을 답사하기로 했다. 무심천이 청주의 상징이라면 우암산은 청주의 진산이다. 청주 시민들은 우암산 품에 안기어 살고 무심천을 마음에 품고 산다. 교가에 우암산 무심천이 언급되지 않은 청주시내의 학교는 거의 없다. 다만 본래 ‘와우산’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우암산’으로 바뀌어 불리게 되었다. 와우(臥牛)는 누워 있는 소라면, 우암(牛岩)은 소를 닮은 바위이다. 와우는 생명이 있지만 우암은 생명이 없다. 이름을 바꾸어 부르게 된 데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면 이것은 매우 섭섭한 일이다. 또 평범한 시민들은 우암산 등산로 중에서 일부분이 와우산토성이라는 사실은 잊고 지낸다.

시민들은 와우산토성을 잊고 지내지만, 청주지방의 학계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되어 성의 존재에 대하여 개괄적 파악은 하고 있다. 그런데 부모산성처럼 지표조사를 통하여 축성 시기나 용도, 당시의 유물을 확실하게 밝혀내지는 못한 것 같다. 다만 기록에 의해서 성의 존재를 확인하고, 간단한 지표조사 결과 축성 방법, 성곽의 외양을 추정하였으며, 와편들을 토대로 축성시기를 추정하는 정도인 것 같다.

와우산토성은 우암산(해발 338m) 정상에서 서남쪽과 동남쪽으로 뻗은 능선 사이에 길게 형성된 골짜기를 둘러싼 포곡식 산성이다. 다시 말하면 우암산 정상에서 성공회 쪽으로 벋은 서쪽 능선과 용담동쪽으로 서남향하여 뻗어 내리다가 당산으로 가는 동쪽 능선을 타고 쌓은 토성이다. 성 줄기는 당산에 남아 있는 테메식 산성과 연결된다. 산성 전체는 도심을 향하여 골짜기로 내려서는 나성구조(羅城構造)의 외축내탁(外築內托)으로 축성했다. 내성의 전체 둘레는 약 2천997m이고, 외성까지 합하면 약 4㎞가 된다고 한다. 동쪽 성벽에 있는 토성 동문지와 서쪽 성벽에 있는 토성 서문지에서 성의 내부인 골짜기 아래 토성 수문지를 향하여 성벽이 확인된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하면 단순한 포곡식 산성은 아니다. 테메식 산성인 당산성에 연결된 것까지 고려하면 포곡식 산성과 테메식 산성의 혼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문지는 북문지·서문지·동문지가 확인되며, 골짜기 한 가운데 수구 쪽에 정문인 남문지가 보이며, 서벽과 북벽에 3~4개소의 문이 있었던 자리가 발견된다. 성안 골짜기는 비교적 넓은 편이고 샘이 있어 물도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나성(羅城)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성곽제도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빠르게 산성으로 민간을 대피시켜 적으로부터 백성을 방어할 수 있는 시설이다. 우리나라 나성의 대표적인 형태는 사비도성을 들 수 있고 현재도 남아 있어 발굴조사 중이다. 와우산토성은 청주의 평지인 청주읍성과 연결되는 나성구조를 이루고 있는 특이한 형태이다. 와우산토성의 배후 산성으로 상당산성이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성공회 수동 성당에 들어가 너른 주차장에 주차했다. 사실은 정문에 외부차량 주차 금지라는 표지가 보였다. 주차장이 텅 비어 있기도 했거니와 청주 와우산토성 답사를 하는 것이니 이해해 줄 것이라 믿었다. 성공회 정문에서 마주보이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조용하고 정원이 깨끗한 집들이 있고 주택들에 의해 작은 골목이 형성되어 있었다. 별장처럼 아름다운 집도 있었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꽃을 좋아하는지 집집마다 마당에 맨드라미, 분꽃, 봉숭아 같은 꽃을 심어 가꾸어 야릇한 향수를 느끼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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