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지난달 31일 오전 9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 체류 교민 368명을 태운 전세기가 한국으로 돌아와 충북 진천 공무원 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분산 수용됐다.

이들이 도착한 진천과 아산의 공무원 인재개발원과 경찰인재개발원 양편에는 “우린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와 “편히 지내시고 건강하게 귀가하시길 바랍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일부 주민이 우한 교민 수용 반대를 외치며 농성을 이어갔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로 우한 귀국 국민들을 반기는 모습을 보고 ‘역시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이다’라는 것을 실감 했다.

1차로 우한에서 귀국한 국민들은 총 368명으로 이중 18명의 유증상자를 제외하고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200명, 진천 공무원 인재개발원에 150명이 각각 격리 수용됐다.

처음부터 지역선정에 합리적인 기준과 철저한 방역체계 방안을 현지에 있는 지역주민들과 충분하게 소통·설득을 했어야 하는데 긴급 비상사태라는 이유로 이를 일관성 없고 신중하게 처리하지 못해 지역적 님비현상(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는 ‘Not in my backyard'는 말의 약어로 지역이기주의를 뜻하는 말)을 조장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일부 아산시민들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지사, 오세현 아산시장이 도착하자 계란과 과자봉지를 던지며 강하게 항의했다. 우한에서 송환한 교민을 아산에 수용하겠단 정부의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우한 교민들이 도착하는 날 한 주민의 인스타 그램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사회안전망입니다. 진천·아산 시민은 환영합니다. 함께 이겨내요!”라고 적은 공책 사진을 올리면서 급속하게 번지기 시작한 ‘포용 바이러스’는 “저는 서로가 서로의 사회안전망이 되어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국가가 할 일이 있다면 사회 구성원이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환영하는 진천·아산시민들이 되자”며 “정부,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의 안전대책을 믿고 응원한다”는 수 많은 글이 해시태그 되면서 반대 주민들의 마음을 변하게 했다.

한 주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많이 힘드셨죠. 진천과 아산에서 편안히 쉬었다 가십시오”라고 적은 스케치북을 든 사진을 올리며 “저처럼 우한에서 오는 교민들을 환영하는 진천과 아산시민들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이렇게 손 피켓 릴레이를 시작한다. 공포 속에서 떨었을 우리 교민들을 따뜻하게 환영해 주자”라고 했다.

장관과 정부 인사들을 향해 비난을 쏟아붓던 국민들의 마음이 ‘어쩔 수 없어 받아 준다’는 것이 아니라 ‘한 국민으로서 함께 아파하고 힘들어 할 때 힘이 되겠다’라는 동질감이 우한 교민을 포용하는 자세로 변한 것이다. 비록 하루사이에 바꿔진 주민들의 마음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보는 것 같았다.

우한 교민들도 우리의 형제자매이며 부모와 자식으로 받아들인 진천과 아산시민들의 대승적 결단. 처음에는 ‘왜 우리 지역이냐’며 반발을 했지만 “우리가 먼저 나서서 우한 교민들을 품고 치유해주자”는 마음으로 ‘이번 기회에 지친 사람에게 힘이 되어주는 지역주민의 저력을 당당하게 보여주자’는 진천과 아산시민들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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