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제(齊)나라 경공(景公)에게는 특별히 아끼는 명마가 한 마리 있었다. 항상 말 관리자에게 잘 돌보도록 명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명마가 병에 걸리더니 급기야 죽고 말았다. 이를 전해들은 경공이 크게 노하였다.

“도저히 말 관리자를 용서할 수 없다. 그 자의 팔다리를 잘라버려라!”

형리가 곧바로 말 관리자를 형틀에 묶었다. 그때 재상 안영이 형리에게 물었다.

“군주께서 명을 내리셨으니 사지를 잘라야 한다. 그런데 형리는 사람의 사지를 잘라낼 때 어느 부분부터 칼로 베어내는지 자세히 알고 있는가?”

그러자 형리가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했다.

안영이 형리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면 이전에 이런 일로 관리자의 사지가 절단된 사례가 있는가?”

형리가 대답했다.

“그런 일 또한 소인들이 알지 못합니다.”

이에 안영이 경공에게 아뢰었다.

“군주께서는 들으셨습니까? 예부터 지금까지 말이 죽어서 사지가 절단된 사례가 없는 줄로 아뢰옵니다.”

그러자 경공이 말했다.

“그러면 내가 역사상 처음으로 사지를 절단한 군주가 된다는 거요? 나는 그런 오욕을 받고 싶지 않소. 대신 말 관리자를 옥에 가두도록 하라!”

이에 안영이 아뢰었다.

“관리자는 자신이 지은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옥에 갇히게 되니 너무 가련합니다. 소신이 군주를 대신해서 저 자에게 죄를 조목조목 따져서 알게 하겠습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자신이 왜 죽는지를 알 것이 아닙니까?”

경공이 이를 허락했다. 그러자 안영이 말 관리자에게 죄를 알렸다.

“너의 죄는 세 가지다. 첫째 군주께서 네게 사람보다 아끼는 말을 기르도록 명하셨는데 너는 도리어 그 말을 죽게 한 죄이다. 둘째 군주께서 그까짓 말 한 마리 때문에 천하보다 귀한 사람을 죽이게 되었으니 이것이 너의 죄이다. 셋째 행여 백성들이 너를 죽인 이유를 알게 되면 틀림없이 경공을 원망할 것이고 주변 나라에서는 우리 제나라를 사람보다 말을 더 중히 여기는 나라라고 우습게 볼 것이니 이는 모두 너의 죄이다. 그러니 나중에 죽더라도 아무 변명을 하지 마라!”

옆에서 듣고 있던 경공이 도리어 놀라서 안영에게 말했다.

“나는 그런 못난 군주가 되고 싶지 않소. 그러니 당장 저 자를 풀어주시오!”

이는 안영의 일화를 실은 ‘안자춘추’에 있는 이야기이다.

일신천금(一身千金)이란 사람 또는 백성은 누구나 천금처럼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다. 나라에서 제일 중한 것이 백성이고 그 다음이 군주이다. 그러니 당연히 나라의 정책은 항상 백성을 우선하는 것이어야 한다. 며칠 전 중국 우한에서 우리 교민들을 비행기로 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참으로 대단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진 것은 분명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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