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작가 소설집 ‘부계사회를 찾아서’ 출간
사회적 병리현상 고발하며 함께 잘사는 세상 꿈꿔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정연승 작가(충북작가회 회장)가 소설집 ‘부계사회를 찾아서’(도서출판 한솔/1만3천원)를 출간했다. 작품집에는 표제작인 ‘부계사회를 찾아서’, ‘김 노인의 해방구’ 등 4편의 단편소설과‘명주필씨의 하루’, ‘마 선생의 촌지’, ‘15년 만의 만남’ 등 엽편소설 8편, 중편소설 ‘소백산’이 실려 있다.

단편소설 ‘부계사회를 찾아서’는 아버지의 존재가 점점 희미해져가는 어떤 가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김 노인의 해방구’는 김 노인을 통해 설 곳을 잃어가는 노인들의 일상을 그렸다. 엽편소설 ‘명주필 씨의 하루’는 서울에서 밀려나 한적한 소도시로 낙향한 전업 작가 명주필씨의 일상과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이며 ‘마 선생의 촌지’는 교사인 마 선생을 통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학교 풍토를 그렸다. 중편소설 ‘소백산’은 ‘뚜라이’라는 인물을 통해 전쟁의 폐해를 알리는 작품이다.

정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야기나 인물들은 대부분‘소외된 이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작품집 ‘부계사회를 찾아서’에 담긴 작품들 역시 작가의 주제의식을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우리 주변에서 소외된, 뿌리 뽑힌 이웃들이 주인공이다.

엽편소설에 등장하는 전업 작가인 명주필씨, 교사인 마 선생, 우리동네 김 반장과 4통 3반 주민들, 우리동네 놀부반점의 삼형제와 외국인 노동자, 우리동네 보안관의 여든 넘은 할머니와 삼식이를 비롯한 막장인생들이 그렇다.

단편소설에서는 그들의 모습이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가족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김 노인, 부계사회의 나, 길남이, 우리동네 바람꽃이용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장 원장과 날품팔이들이 그러하다.

중편소설 ‘소백산’에서는 우리 이웃이지만 좀 더 심화된 인물형이 나타난다.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뚜라이’다. ‘뚜라이’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이 그저 시키는 대로 따랐을 뿐인데도 양쪽으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혀 엄청난 고통을 받은 나머지 말문을 닫고 벙어리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처럼 정 작가의 시선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외된 이웃들에 고정돼 있다.

정 작가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이웃들을 다루고 있지만 소설 자체는 전혀 무겁지 않다. 오히려 소설을 읽다보면 박장대소가 터져 나온다. 그의 소설이 지니고 있는 풍자와 해학적인 요소 때문이다. 작가는 중심으로부터 밀려나 세상의 막다른 끝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막장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푸념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이들을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기생충 같은 존재로 여기지만, 이들은 오히려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며 기득권을 누리며 살아가는 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역설적으로 이들의 입을 통해 사회의 병리현상을 고발하며 뿌리 뽑힌 사람들을 세상 바깥으로 끌어내 모두가 함께 잘사는 대동 세상을 꿈꾼다.

정 작가는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불행한 사람이 없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런 세상이 올 때까지 소설을 쓰겠다”며 “단 한 사람의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 소설가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존중받는 세상을 꿈꾼다. 퇴폐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는 소수의 위정자가 아닌 다수의 민중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작품은 이 같은 민중의 신념을 대신 표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작가는 월악산이 있는 충북 제천 덕산면이 고향으로 70년 초 청주로 이주해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진주신문 공모 제3회 가을문예에 중편소설이 당선된바 있다. 작품집으로는 ‘우리 동네 바람꽃이용원’ 등이 있으며 현재 충청매일에 대하소설 ‘북진나루’를 연재하고 있다. ‘북진나루’는 조선후기 1850년 전후 약 100년 동안의 이야기로 제천 청풍 북진나루를 배경으로 강을 오르내리며 살아가던 장사꾼들의 생생한 삶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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