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청풍도가에서 바치는 공물은 뭔가유?”

“다른 곳에서는 구하기 힘든 청풍에서만 나는 물산이 뭔지 그건 자네가 더 잘 알 것 아닌가? 이번에 관아로부터 받은 공물이 뭔지 그것부터 도거리를 해서 청풍관아에 공납을 하지 못하도록 하게. 그러면 도가는 관아로부터 불신을 받을 것이고 둘 사이는 금이 가기 시작하겠지. 그런 다음 청풍도가로 들어가는 다른 물산들도 도거리해서 고갈시키면서 목줄을 조이게. 그 넓은 바닥을 돈으로 틀어막으려면 오천 냥도 많은 돈이 아닐 걸세!”

“객주어른은 청풍도가에서 특산품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셨는가요?”

“큰 장사는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닐세! 내 장사도 중하지만 상대가 뭘 하고 있는지 그들의 동태나 동정을 살피는 것도 매우 중하네. 그저 꿍꿍 내 일만 하는 사람은 밥은 먹고 살지만 큰돈은 못 벌지. 큰 장사꾼은 남이 뭘 하고 있는지 간파하고 그것을 이용할 줄 알아야 허네!”

“공물을 한꺼번에 도거리하면 청풍도가에서 가만히 있을까요?”

“그러니까 맹수를 사냥할 땐 틈 주지 말고 단번에 숨통을 끊으라는 게 아닌가!”

“그런데 어르신, 여기저기서 나는 물산들을 어떻게 일시에 도거리를 하나요?”

“물산도 다 흐르는 길이 있네. 그 길목을 잘 알아 거둬들이면 되고 그렇게 되면 청풍도가로 가는 핏줄이 막혀 관아와의 공납 약조도 지키지 못할 걸세!”

“알겠습니다요.”

“그리고 우갑 아범과 같이 가게. 이번 일에 큰 도움이 될 걸세!”

우갑은 최풍원에게 처음으로 장사를 가르쳐 준 윤 객주집의 집사였다. 윤 객주는 북진으로 돌아가는 풍원에게 우갑노인과 동행할 것을 권했다. 최풍원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큰 힘이었다.

최풍원은 북진여각으로 돌아오자마자 자금을 풀어 청풍도가의 목줄을 죄기 시작했다. 그리고 객주들과 보부상들과 행상들에게 각 마을의 길목을 틀어쥐고 물산을 도거리 하라고 통문을 돌렸다. 청풍장과 청풍도가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동몽회원들도 풀어놓았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즉시 여각으로 달려올 것을 엄하게 일렀다. 청풍도가를 중심으로 바깥 단도리는 모두 끝냈고, 이제 문제는 도가 안쪽 일이었다. 청풍도가 안팎을 동시에 조여야만 타격이 클 것이기 때문이었다. 최풍원은 관아 아전을 매수해 청풍도가에서 공납할 품목과 물량도 알아냈다. 아전의 말을 들어보니 충주 윤왕구 객주의 말과는 달리 청풍도가에서 공납할 물산은 특산품뿐만이 아니라 쌀·보리·밀 등 주곡과 함께 청풍에서 생산되는 모든 산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쌀은 아직 추수기 이후로 공납기일이 멀었고, 보리·밀과 특산물들은 벌써부터 시장에 나오는 즉시 매입하고 있는 중이었다. 청풍의 특산물은 지형 특성상 들과 산에서 나오는 물산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들에서 나는 특산물로는 고추·마늘·콩·팥·깨·남초·땅콩이 많이 생산되었고, 산에서는 갖은 진귀한 약초들과 각종 산채·봉밀·버섯이 생산되었다. 그리고 가내수공업으로 이루어지는 무명·삼베·지물이 청풍의 특산품이었다.

아전의 말과 미향이 이현로를 통해 물어온 정보를 합쳐보면 청풍도가는 지금 진퇴양난에 빠져있음이 분명했다. 아무리 단단하게 막은 뚝이라도 실금이 갈 때는 몰라도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법이었다. 청풍도가는 지금 관아에 공납할 물산과 탄호대감으로부터 독촉 받고 있는 거금, 그리고 부사에게 빌려간 비축 곡물까지 한꺼번에 갚아야 하니 혼이 빠질 지경에 처했음이 확실했다. 상대가 이런 혼란에 처했을 때 공격을 하면 효과는 배가 될 것이었다. 최풍원이 여각을 나서 북진장마당 상전거리로 나갔다.

“대행수, 포전, 중전, 성내, 사곡, 월굴, 황석, 광아리, 연곡 쪽의 고을민들은 물론 여기를 왕래하는 행상들 보부상들까지 단도리를 해 보리쌀 한 되박이라도 생기면 내게 오도록 해놨으니 염려 놓으시오!”

북진장에서 싸전과 곡물전을 하는 박한달 객주가 최풍원에게 고했다.

“청풍도가로 흘러가는 물산은 우리 장과 상전에서 철저하게 막고 있소이다!”

“북진나루를 통해 청풍도가로 흘러가는 물건은 깨진 사금파리 하나 손바닥 만한 삼베 조각도 없소이다!”

세물전을 하는 신덕기와 피륙전 김상만 객주가 신이 나서 자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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