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건양대학교 군사경찰대 학장

[충청매일] 경자년(更子年) 새해를 맞은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런데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네팔에서의 눈사태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 소식과 중국 우한 폐렴 발생으로 인해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연초에 발생한 사고와 걱정되는 일들이 잘 해결됐으면 한다.

필자에게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몇 가지 꼽으라면 조금도 서슴치 않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첫 번째로 꼽을 것 같다.

2002년 월드컵은 2002년 5월 31일에서 6월 30일까지 대한민국과 일본에서 공동으로 열렸다. 이 대회는 아시아에서 열린 첫 FIFA 월드컵 대회이자 유럽과 아메리카 밖에서 열린 첫 대회이었다.

또한 역사상 첫 번째로 2개 이상의 나라에서 공동으로 개최된 월드컵이기도 했다. 이 대회기간 동안 전 세계의 축구팬에게 보여준 놀라운 결과 몇 가지를 들으라면 전 대회 우승팀 프랑스가 승점 1점을 얻는데 그치고 무득점으로 조별 리그에 탈락하고, 또 다른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도 조별 리그에서 살아남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터키가 깜짝 3위를 기록하였으며 또 다른 대이변으로는 세네갈이 개막전에서 프랑스를, 16강전에서 스웨덴을 제압하고 8강에 오른 것일 것이다. 그리고 축구 최강국인 브라질이 대회에서 5번째로 FIFA 월드컵을 우승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은 대한민국이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준결승전까지 진출하였다는 것이다.

개최지라는 이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동안 16강에도 제대로 들지 못하던 대한민국이 축구 최강국들을 차례로 이기고 4강까지 진출했다는 것은 축구사에 가장 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필자도 밤잠을 설치면서 전 경기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시청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경기가 열리는 장소까지 응원을 가고 싶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하나같이 붉은 옷을 입고 선수들의 한 동작 한 동작에 마음을 같이 하며 온 힘을 다해 응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대망의 2020년을 맞은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새해를 맞으면 나름대로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다시 힘을 내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새해를 맞았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가 않다.

왜 그럴까? 아마도 앞서 언급한 네팔사고와 우한 폐렴 사건 등도 영향이 있겠지만 국제정세도 국내사정도 눅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22일에 U-23세 이하 아시아 축구 호주와의 준결승에서 승리소식이 들려왔다. 그동안 그 어떤 경기보다도 대단했던 경기였다.

이 경기 소식처럼 2020년에는 다시 한 번 2002년 같은 감격과 환희가 넘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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