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탄호대감은 지금 대궐에서 벌이는 일을 잘해내 임금의 총애를 받기위해 팔도 각 고을의 부자들에게까지 연통을 넣어 기부금을 걷고 있다. 말이 기부금이지 내놓는 돈의 액수에 따라 상도 주고 벌도 주는데, 충주 달천벌에 모 지주는 면피할 요량으로 돈 내는 시늉만 했다가 관아 감옥에 붙잡혀갔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럼 청풍도가 김주태에게도 연통이 떨어졌겠네요?”

“김주태라면 청풍부 제일가는 갑분데 탄호대감이 그냥 둘 리 있겠느냐? 모르긴 몰라도 청풍도가 김주태도 상당히 큰 돈을 내놓아야 할 게 분명하다!”

“관아에서 빼간 곡물에 탄호대감에게 올릴 기부금까지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터졌으니 다급해졌겠구려.”

“수일 전 김주태가 나를 찾아왔었느리라.”

“김주태가 영감을요? 왜요?”

“돈과 곡물을 좀 변통해주면 가을에 곱절을 얹어 갚겠다고 하더구나.”

“그래 어떻게 하시었어요?”

“청풍관아에서 쓸 수 있는 곡물은 예전에 바닥이 났고, 동창·서창·북창에 세곡이 좀 남아있기는 하지만 대궐로 올라갈 물건이니 잘못됐다간 내 목이 날아갈 판이니 일언지하에 잘라버렸지. 게다가 나도 내 코가 석자인지라 관아에서 꿔간 곡물도 두 파수 뒤까지 창고로 들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혹을 붙이려다 혹을 붙였구려.”

청풍부사 이현로의 말을 들어보니 김주태는 사또의 부름을 받고 관아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간 것이었다. 그 말인 즉은 김주태가 엄청 다급한 지경이고 청풍도가가 매우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반상 구별이 흐려졌다고는 하지만 일개 장사꾼이 청풍관내 최고 윗전인 부사에게 찾아가 돈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김주태가 지금 똥줄이 타겠어요!”

“그놈만 타겠느냐? 나도 그렇다!”

“받아내면 되지요.”

“그게 어려울 것 같으니 하는 말이다!”

몸이 달기는 김주태나 이현로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좋은 물건도 내 수중에 지니고 있어야 내 것이었다. 내 손을 떠나있는 물건은 아무리 귀하고 값진 물건이라도 돌맹이나 한가지였다. 창고를 채워준다는 말에 관아에서 쓸 곡물을 내어주었다가 정작 급하게 쓸 일이 생겼는데 물건이 없으니 황망하기 그지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이득만 쫓다보니 한 치 앞에 생겨날 일도 보지 못한 까닭이었다. 모두들 욕심 때문에 생기는 일이었다. 욕심이 문제였다. 욕심 때문에 찰떡같이 뭉쳤던 두 사람이 그 놈의 욕심 때문에 금이 가고 있었다. 이현로는 낙심천만해 있었다.

미향은 청풍부사 이현로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최풍원에게 전했다. 동몽회원들로부터 전해진 이야기들에서도 청풍도가 김주태의 급박한 동태를 알 수 있었다. 김주태는 지금 지금 청풍도가와 거래하는 모든 장사꾼들을 동원해 청풍관내 물산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그것부터 막아야 했다.

“비호와 왕발이는 지금 즉시 우리 북진도중 임방객주들에게 달려가 청풍도가로 가는 장사꾼들 발목을 잡으라 전하거라.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가는 물산들을 청풍도가보다 후한 금을 쳐서 사들이라고 해라. 만약 버티는 자가 있으면 곱절의 금을 쳐주더라도 그 물건이 청풍도가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거라. 특히 청풍장날 장터로 향하는 모든 장꾼들의 길목을 지켰다가 그들 물산들도 몽땅 사들이라고 전하거라. 강수는 각 임방에 동몽회원들을 배치하여 객주들과 장꾼들을 지키도록 하거라! 그리고 북진여각의 상전객주들도 청풍도가와 거래하는 장사꾼들과 일체 거래를 끊도록 하시오!”

최풍원의 북진여각이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청풍도가를 중심으로 연곡·광의·황석·월굴·사곡은 양평객주 금만춘 임방에서, 진목·오산·방흥·계산은 덕산객주 임칠성 임방에서, 계산·방흥·오산·진목은 서창객주 황칠규 임방에서, 포전·중전·성내·학현·교리는 금성객주 함달주 임방에서, 율지·고명·연론·용곡·양평은 황칠규 서청객주가 함께, 상천·하천·능강·도화는 장회객주 임구학 임방에서, 길목을 틀어쥐고 김주태의 목줄을 죄기로 했다. 또 청풍을 둘러싸고 있는 근방의 산지를 중심으로 돌림을 하는 보부상들을 동원하여 청풍장과 청풍도가로 흘러가는 물산들을 도거리하기로 작정하고 그들을 불러 모았다. 북진임방에 모인 보부상들은 천상리 득호, 능강리 주강이, 덕산 성달이, 월악리 봉술이, 수산 백손이, 대전리 만복이, 적곡리 복출이, 서창 만택이, 덕곡리 상춘이, 황석리 부돌이, 양평 노중이, 사기리 무섭이, 금성 창걸이, 광아리 응만이, 물태리 용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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