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청주시 옥산면에 장동리가 있다. 청주의 서쪽 지역에서 가장 높은 동림산 아래 산이 사방으로 둘러싸여 담처럼 돼 있어서 ‘담골’이라고 한 것이 ‘당골’이 됐고 후에 ‘장동리’가 됐다고 한다.

파평 윤씨 집성촌으로 주민들의 평균 나이는 65세 이상인 장수마을로, 장동리가 배출한 순국선열 윤병운 열사의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하며 60대의 아들 며느리가 80대 노부모를 모시고 효를 실천하며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늦더위에 얼음 물을 꽝꽝 얼려 시작한 바른 땅 만들기 지적재조사 현장 경계 협의를 위해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같이 장동마을로 출근했다.

그 사이에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고 마을회관 앞 느티나무에도 알록달록 예쁜 낙엽이 물들고 감나무에도 감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가을 추수 후 낙엽이 지고 첫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고 어느 순간 첫눈이 내려 손발이 꽁꽁 얼고 매일 핫팩을 붙이고 롱패딩을 입어야만 했던 추운 겨울을 보내며 경계 협의가 마무리됐다.

장동마을에 매일 같이 나가 측량, 임시 경계점 설치, 토지 소유자와의 만남 등으로 몸은 고되고 피곤했지만 마을에 갈 때마다 어머님들께서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갑게 맞아 주시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하루라도 안 보이면 안부를 물으며 걱정해주시던 마음은 최고로 따듯하셨던 아버님들, 집 앞 감이며 대추며 한가득 따서 주머니에 넣어주셨던 마을 어르신들, 항상 뛰어와서 안기던 이장님의 손녀이자 장동마을의 귀염둥이 수현이. 어르신들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바른 땅 만들기를 위한 지적재조사 경계 협의를 처음 시작했을 때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주민 대다수의 대지가 정확한 측량없이 집을 짓고 오랜 세월 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대다수의 건물이 인접 대지의 경계를 침범한 경우가 많았고, 현장엔 도로가 있어도 지적도상 맹지였으며, 포장된 도로보다 실제 지적도상 도로의 폭이 좁았다. 경계 협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토지 소유자와 주민들의 소통과 양보인데 가운데서 양쪽 모두를 만족시켜야 해 고민도 많았다.

파평 윤씨 성을 갖고 있는 남편 덕분에 모든 토지 소유자들을 아버님, 작은 아버님, 고모님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이 마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일했다. 매일 야근을 하며 측량팀과 함께 다음날 경계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며 최선의 방법을 연구했다.

다행히 토지 소유자분들도 “다 함께 살아가는 동네에 이기적이게 하면 못 쓴다”라며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현재 사용하는 그대로 결정해 달라”라고 이해해준 덕분에 지적재조사 경계 협의가 잘 마무리됐다.

사업이 완료돼 새로운 지적공부가 만들어지면 맹지가 해소되고 도로 폭을 확보하게 돼 마을의 재산적 가치가 상승하고 더욱더 살기 좋은 마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마을은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소득 생활을 하면서 노년을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6차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특히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장동 방앗간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고춧가루, 들깨, 참깨를 사랑으로 빻고 볶아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이웃 마을 천안까지 소문났고 가래떡은 마을 주민의 마음만큼 하얗고 두터운 정이 담겨 그 어떤 곳에서 맛본 가래떡 보다 쫄깃하고 구수함이 일품이다.

마을을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이병록 이장님, 방앗간 업무를 꾸려나가시는 윤병무 노인회장님, 장동 문중 종친회 윤병주 회장님, 윤명국 방앗간 공장장님의 꿈과 열정은 어느 청년 마을보다 크고 뜨겁다.

6차 산업 그 중심에 서서 미래를 내다보는 어르신들의 현명함에 지적재조사사업까지 더해져 바른 땅인 장동리는 점점 더 좋아지고 손자 손녀까지 살고 싶은 마을로 거듭나길 온 마음을 다해 바라본다.

장동마을 어르신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