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충청매일]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정치에서 가장 많이 회자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보수라는 단어이다. 지난해 말부터 급증하고 있는 보수와 보수 통합의 소리는 4.15 총선까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보수 세력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새로운 보수당’까지 생겼다.

보수란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전통적인 것을 유지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보수를 외치는 야권 정당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유지하여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시장경제를 강조하고, 남북한 관계를 현상 유지하고, 남북관계보다 한미관계를 더 중시하는 것이 보수인지, 현 정권이 추진하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 보수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들은 많은 유권자가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가설을 근거로 한다. 그러나 유권자인 시민들은 경제가 어렵다고 하고, 정치가 불만족스럽다고 한다. 보수를 부르짖는 정당은 어려운 경제와 불만족스러운 정치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F. D. 루스벨트 대통령은 “극단주의자는 두 다리를 허공에 단단히 박아놓고 있는 사람이고, 보수주의자는 두 다리가 튼튼하지만 걷는 법을 전혀 배우지 못했고, 자유주의자는 자기 머리의 지시에 따라 두 다리와 두 손을 사용하는 사람이다.”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의 보수가 그 모양새다.

한편 오랜 시간이 지나면 급진주의자가 보수주의자가 된다고 하는데 지금 권력을 가지고 있는 586세대가 보수 세력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보수 논쟁은 국민의 판단을 더욱 흐리게 하고 있다. 1990년대 386세대로 불렸던 세대가 586세대가 되면서 386세대의 이념은 사라지고, 보수당원처럼 생각하고 진보당원처럼 말 만할 뿐이다. 모든 정치가와 정당이 정권 재창출과 권력 유지에만 관심을 두는 상황에서 보수를 표방하는 야당이나 개혁을 주창하는 여당이나 모든 보수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이들 보수 세력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건전한 정치를 위해서는 질서와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와 진보와 개혁을 추구하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4.15 총선에 임하는 정당의 행태를 보면 자신들의 기득 세력을 유지하고 존속시키려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다. 국민들은 보수와 진보에 관심이 없고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부동산을 보고 허탈해 하고, 유권자를 배제하고 전략공천을 빌미로 낙하산을 타는 정치에 실망하는 마음을 달래 주기를 원한다.

선거판을 보수와 진보라는 속임수로 바꾸어서 국민들을 현혹한다면 누가 제1당이 되더라도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유권자인 국민은 보수와 진보가 아닌 개혁과 변화를 요구한다. 2%의 경제 성장을 3%로 늘리고, 왜곡된 고용구조를 평등하게 하고, 나누어진 민심을 화합과 통합으로 묶기를 원한다. 4.15 총선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한 우리의 발전은 희망 사항으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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