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500년 춘추시대, 안영(晏嬰)은 제(齊)나라의 재상을 지낸 정치가이다. 높은 벼슬에 올라서도 스스로 의식주를 검소하게 하였고, 군주의 총애를 받더라도 군주의 잘못된 일에 대해 직언을 서슴지 않아 행동이 항상 의로웠다. 심지어 신하 최저가 무력으로 군주를 시해했을 때에도 모두들 그 칼이 두려워 감히 문상을 나서지 못하였지만 안영은 당당히 찾아가 죽은 군주를 문상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하루는 군주인 경공이 신하들을 위해 연회를 베풀었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경공이 안영을 불러 말했다.

“내 평소에 안영 그대의 당당함을 높이 평가하고 있소. 그래서 오늘은 그대의 소원을 하나 들어주고 싶소. 어디 소원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그러자 안영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황공하옵니다. 저는 소원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에 경공이 다시 물었다.

“너무 겸손할 것 없소. 오늘은 한 가지 소원을 꼭 말해보시오?”

안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소원하는 거라면 군주는 저에게 있어 항상 두려운 대상이 되고, 아내는 항상 편안한 대상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자 경공이 말했다.

“참으로 훌륭한 소원이오. 그것 말고 다른 소원을 하나 더 말해 보시오?”

이에 안영이 대답했다.

“저는 군주께서는 현명해지기를 바라고, 아내는 재주가 있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군주께서 현명하시면 신하된 자들이 자신의 일에 충성을 다하니 나라가 부강해질 것이고 그러면 군주께서는 천하를 호령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내가 재주가 있으면 집이 가난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친척들에게 서운하게 하는 일이 없을 것이고 이웃들에게 덕을 베풀 수 있으니 인생이 늘 즐거울 것입니다. 이것이 저의 지극한 소원입니다.”

경공이 이를 듣고 아주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참으로 훌륭하오. 어디 소원을 하나 더 말해보시오!”

안영이 다시 대답했다.

“저는 군주를 보좌할 수 있고, 아내를 사랑할 수 있고, 자식을 키울 수 있어 지금 이대로가 좋습니다. 다른 무슨 소원이 있겠습니까.”

이에 경공이 감탄하여 말했다.

“안영 그대야말로 욕심 부리지 않고 삶을 만족할 줄 아니 참된 신하라 하겠소.”

이는 후세 사람들이 기록한 ‘안자춘추’에 있는 이야기이다.

지족지부(知足知富)란 자신의 처지와 분수를 알아서 욕심내지 않고 만족하며 사니 인생이 늘 행복하다는 뜻이다. 혹시라도 집안에 쌓아두기만 하고 쓰지 못하는 물건이 있다면 과감히 내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삶의 만족함을 알게 되는 시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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