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청풍도가의 최고 수장인 김주태가 청풍 부사에게 불려갔다 온 이후 직접 유통되는 물산들을 챙기며 점검하고 있다면 대단히 다급한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래 그 놈에게 더 연유를 캐보지는 않았는가?”

최풍원이 도식이에게 물었다.

“당연히 물어봤지요! 그런데 더 이상 아는 게 없다며 잡아떼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었구만요.”

“자네에게 맡겼던 그 일은 어떻게 됐는가?”

“청풍도가에서 푸는 물산 값이 장난이 아닙니다요. 우리 북진여각에서 내놓는 금의 곱절이 넘습니다요! 미전에서 거래되는 쌀값을 보니 쌀 한 섬에 열 냥이 가깝고, 베 한 필에도 넉 냥이 넘었습니요. 마포에서 올라온 해산물도 경상들로부터 독점을 해 소금 한 섬에도 여덟 냥이나 되었습니다요.”

도식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북진여각이나 북진장에서 팔리고 있는 물산 값의 배가 넘었다.

“왜 그렇게 호되게 물산 값을 올려 받고 있는데도 장꾼들 불만이 없던가?”

“왜 없겠습니까유. 청풍장을 오가며 난전을 벌이는 고을민들과 장사꾼들 보부상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장사해봐야 죽 쒀서 개 주는 꼴이라며 성토가 대답하더이다.”

대방 강수의 지시를 받고 청풍장을 오가는 장군들 인심을 살펴본 호달이가 도식이 대신 대답을 했다.

“그건 제가 본 것과도 매 한가지입니다. 제가 우리 도중 객주들을 만나 단도리를 하며 만난 행상들도 청풍도가의 횡포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요.”

봉화수도 호달이와 같은 의견을 냈다

“그런데도 장꾼들이 발길을 끊지 않고 청풍장으로 가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최풍원도 봉화수가 장꾼들에게 물었던 똑같은 까닭을 물었다.

“무슨 장사고 문턱이 낮고 편해야 자연스럽게 발길이 가는 게 아닙니까?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장이니 사람들 머리에 그냥 박혀있어 장하면 청풍장으로 간다 하더이다.”

“하기야 세월만큼 무서운 게 있을까?”

최풍원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오랜 연륜과 전통이 곧 상권과 직결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일천한 연륜을 한꺼번에 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청풍도가에서 장사꾼들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짓거리를 알았습니다.”

“그게 뭐더냐?”

“청풍도가에서는 객주들과 보부상, 하다못해 뜨내기 장사꾼들까지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주어 물건을 거래하고 있었습니다.”

“장꾼들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물건을 팔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더냐?”

“같이 행상을 다니는 동료거나 같은 마을사람이거나 한 장꾼들을 삼삼오오 짝을 지어주고 함께 도가로 오지 않으면 도가 물건을 대주지도, 그들이 가지고 온 물산을 사주지도 않는답니다. 심지어는 농사꾼들이 가지고 나오는 보퉁이에 싼 물건조차 짝을 지어주고는 함께 오지 않으면 물건을 팔지 못하고 하고 높은 장세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자기 한 사람이 딴마음을 먹으면 다른 사람들조차 피해를 보니 쉽사리 옮기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봉화수는 자신이 들었던 청풍도가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을 말했다.

“지독한 놈들! 도적이 따로 없구먼. 이번 참에 기필코 꺾어버려야 해!”

최풍원이 봉화수 이야기를 들으며 분개했다.

“형님 그게 쉽겠습니까?”

“쉽지 않겠지만 해야 할 일이고, 그리 해야만 우리 북진이 살 수 있으니 꼭 쓰러뜨려야지.”

“어르신 우리 북진여각 힘만으로 청풍도가가 넘어가겠습니까?”

“힘들겠지!”

“다른 곳에 힘을 보태달라고 도움을 청해보심이?”

“그것보다 우선 청풍도가를 흠집 낼 방안부터 상론해보는 것이 먼저 아니겠는가?”

최풍원이 봉화수의 제안을 일축했다.

“그날 상전 객주들의 모임이 끝나고도 잡화전 객주의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느냐?”

“없었습니요.”

“청풍도가 쪽에서도 장 객주와 관련된 흘러나오는 얘기가 없더냐?”

“예.”

“장바닥에 소문은 흘려 놓았더냐?”

“분부대로 청풍장날 장마당을 쏘다니며 북진여각에서 곧 물산들을 대량으로 풀어놓는다는 풍문이 들린다고 약칠을 해놓았습니다요.”

“그런데도 청풍도가에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최풍원이 장팔규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심쩍은 생각을 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