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대방 강수부터 그동안 수집한 것을 얘기해 보게!”

최풍원이 운을 띄웠다.

“청풍도가 동태는 제가 직접 살폈습니다. 서너 날 밤낮으로 지켜보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고 그날그날이 장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제 관아 서리와 관졸들이 뻔질나게 도가를 드나들더이다!”

“관아 서리들이?”

“예.”

“일이 있다면 도가에서 관아로 들어가는 게 상례인데, 어째서 관아 서리들이 도가를 드나든단 말이냐?”

“그건 알 수 없지만 서리는 장부를 들고 뭔가 열심히 적고 관졸들은 그 뒤를 따라 다니더이다.”

“괴이한 일 아니냐? 서리들이 나라 창고도 아닌 장사꾼 집 도가에 들어가 뭐를 조사할 일이 있단 말이냐?”

“저도 더 이상은 그걸 알아낼 도리가 없었습니다.”

“괴이한 일이로다.”

최풍원도 그 연유를 알고 싶었지만 더 이상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장사꾼들이 거래하기 위해 서로의 물건들을 확인하려고 곳간을 열어 보이는 경우는 허다했지만, 관아에서 직접 상전의 곳간을 조사하는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청풍도가와 거래하는 뱃꾼들의 동태는 어떠하드냐?”

“그것은 물개가 고하거라!”

최풍원의 물음에 강수가 물개에게 답을 하도록 명령했다.

“지가 청풍나루에서 붙박이로 붙어 드나드는 배를 감시했구먼유. 여느 때처럼 작은 소선과 지토선만 드나들 뿐 특별한 동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유,”

“드나드는 배에는 어떤 물건들이 얼마나 실려 있는지도 살펴보았느냐?”

“청풍 언저리에서 나는 물산들이고 그 양도 소소했습니다요.”

“하기야 지금 철에 많이 나올 물산이 뭐가 있겠느냐?”

하기야 시기가 어중간한 때였다. 장사는 때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때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아야 장사가 성황을 이루는 것이고 사람들의 움직임은 때와 밀접했다. 그러니 장사는 때를 잘 맞춰야 했다. 지금은 사람들 일손이 바쁠 때도 아니고 그렇다고 손을 놓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시기도 아니었다. 일도 바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어디로 출타를 할 수 있는 그런 마음 편한 때도 아니었다. 그런 어정쩡한 때니 사람들이 뭐를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자연스럽게 장사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청풍장이나 청풍도가도 그런 시기였다. 그런데 관아 서리들이 청풍도가에 들어가 뭐를 조사했다는 것은 별다른 일임에는 분명했다.

“참 또 이상한 게 또 있구먼유.”

물개가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냐?”

“지가 청풍나루에 가기 전부터 중선 하나가 닻을 내리고 있었는데, 며칠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유.”

“경상이나 큰 고을 장사꾼들 배는 아니더냐?”

“그런 장삿배라면 물건을 내리고 실고해야 할 텐데 며칠을 살펴봐도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었구먼유. 배 상판을 봐도 깨끗한 것이 짐을 실었던 흔적은 없었구먼유.”

“선부들은 살펴보았는가?”

“물론이지유. 뱃꾼들도 여느 장사치들하고는 사뭇 달랐구먼유.”

“어떻게?”

“입은 옷차림도 그렇고 말투도 그렇고 경상을 따라다니는 뱃꾼들이 아니었구먼유.”

“만나 얘기는 건네 봤느냐?”

“한양에서 왔다는 얘기만 할 뿐 다른 얘기는 일체 함구하더이다.”

“참으로 괴이한 일 투성이로구나?”

“대행수, 지가 형님 명을 받고 청풍도가에서 일하는 공원 한 놈을 꾀었습니다요. 혹시 그 놈이 한 얘기가 강수나 물개 얘기와 상관이 있지 않나 싶구먼요.”

도식이가 최풍원에게 자기가 들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놈 하는 말이 도가 김주태가 얼마 전 관아 사도가 불러 갔다 왔는데 그 이후 한 걱정에 빠졌다고 합디다. 그날부터 도가 온 곳간을 돌며 물산을 점검하고 객주들과 행상들까지 호달구며 물산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합디다.”

“도가에 일하는 공원도 수다할 텐데 김주태가 직접 그리 하고 있다면 뭔가 업청 급하게 똥줄 타는 일이 생겼음에 틀림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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