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최은영 작가 수상 거부 이어 이기호 작가도 가세
출판사 갑질 비난…문학사상사, 수상자 발표 등 일정 연기

[충청매일 제휴/뉴시스] 국내 대표 문학상으로 통하는 이상문학상이 2020년 제44회 시상을 앞두고 고초를 겪고 있다.

수상자로 통보받은 소설가들의 수상 거부가 잇따르면서다. 당초 지난 6일 예정됐던 수상자 기자간담회와 공식 발표도 무기한 연기됐다.

특히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가 수상을 거부한 것은 이상문학상을 제정, 수상하는 도서출판 문학사상사가 제시한 계약서 상의 저작권 양도 조항 때문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논란의 시초는 김금희 작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었다. 김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계약서를 전달받고 참담해졌고 수정요구를 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거기에는 내 단편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한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지어 내 작품의 표제작으로도 쓸 수 없고 다른 단행본에 수록될 수 없다. 문제를 제기하자 표제작으로는 쓰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내가 왜 그런 양해를 구하고 받아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작가를 격려한다면서 그런 문구 하나 고치기 어려운가. 작가의 노고와 권리를 존중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고 강조했다.

최은영 작가도 문학사상사 측에 수상 거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문학상 우수작에 오르면서도 3년 간의 저작권 양도 조건은 겪어본 적이 없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고 한다.

소설가 이기호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3년 동안 저작권 양도 이야기를 하길래 가볍게 거절했다. 나만 빠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커진 것 같다. 그나저나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제대로 나올 수나 있을까. 대상 수상자가 괜히 피해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의사를 표했다.

이번 사태로 중·단편 소설에 관해서는 대체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여겨지던 이상문학상의 명성에 금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기호 작가도 밝혔듯 매년 1월 대상과 우수상 작품을 엮어 발간해 온 수상작품집의 발간도 불투명해졌다.

문학사상사 측은 이번 ‘저작권 양도’논란에 대해 “계약서상 표현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하며 문제된 항목을 삭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문구가 계약서에 포함된 것은 지난해 수상 당시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사상사 측은 “여러 출판사에서 동시에 책이 출간되는 걸 막기 위해 마련한 조치였다. 계약서상 용어의 문제로 오해가 불거진 것 같다. 수상 후 1년이 지나면 자유롭게 출판할 수 있도록 해왔고 작가의 저작권을 제한한 적은 없었다. 소통의 부족으로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학계와 독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논란이 출판사의 ‘갑질’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한 문학평론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상문학상에 아직 남아있는 ‘전통과 권위’가 있나 싶지만 김금희 작가가 거의 마지막 기회를 준 셈”이라며 “문학사상은 이상문학상의 운영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트위터 내에서는 “문학사상에서 저작권을 갖고 갑질을 하다 저항을 받은 것”, “김금희 작가의 용기에 감동 받았다”, “산고와 같은 인고로 완성한 작품을, 상을 준다는 명분으로 저작권을 갈취하는 건 부당하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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