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등 정치적 난제를 돌파하기 위한 이란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은 듯하다. 자칫 동맹 국가들의 군 파병 등 참여로 확산되지 않을까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최대 위기다.

미국과 이란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만은 자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도한 말로 이란을 자극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전 세계가 트럼프의 다음 행동을 예의 주시 하고 있다. 트럼프가 전쟁을 불사한다면 전 세계가 불행에 빠질 것은 불 보듯 빤 한 일이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와중에 한반도의 남북문제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급진전해 평화분위기가 무르익었으나 지난해 2차 하노이 북미회담의 실패로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는 미국의 협상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말고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재개 등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은 진전시켜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 “평화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공동행사를 비롯해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지도록 남북이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답보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올해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해다. 남북이 서로 화해하고 평화롭게 지내자고 선언한 20년의 시간을 돌아봐야 한다.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의 답방을 말로만 제안할 것이 아니라 김 위원장이 답방할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

신년사를 통해 문 대통령이 다시 김 위원장의 답방 카드를 꺼낸 것은 북미 관계를 떠나 남북이 별도의 노력을 하자는 제안으로 풀이된다. 실제 문 대통령은 그동안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에 대해 미국의 처분을 기다려왔던 게 사실이다. 이제 기다림의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2020년에는 미국의 제재와 별개로 남북의 대화와 의지로 길을 터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올해도 남북관계진전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남북신뢰가 한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다. 비록 미국이 제재 일환으로 지나치게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과감한 실행이 수반돼야 한다.

지나친 압박과 몰아 부침이 어떤 비극적인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최근 이란과 미국의 관계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올해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평화 문제를 가장 중심에 놓았다. 북미대화가 성공하면 남북협력의 문이 더 빠르게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국 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북미 대화마저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미국에 이끌려 시간을 지체하기 보다는 남북대화를 통해 직접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당연한 일이다.

미국에 시간과 기회를 충분히 주었다. 미국은 자국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미국의 시간에 기대하기 보다는 남과 북이 수시로 만나 푸는 노력이 최선이다. 2020년은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사업,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해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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