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인생 뭐 있나. 이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한 해가 가고, 한 해 한 해 살다보면 인생이 간다. 세월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흐름 따라 사는 게 인생이지.

해가 떠오른다. 중천이다. 무거웠는지 서서히 서산으로 내려앉는다. 나뭇가지에 얹혀 하늘을 빨갛게 불사르다가 이내 종적을 감춘다. 하루의 마감이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흐른다. 세월이 흐르면 강산이 변하는데 해는 그 모습 그대로다. 우리네 인생도 그대로면 좋겠다. 몇 번인가 강산이 변하다 보니 해는 아직도 그대로인데 인생은 변해있다. 몸도 변했다. 그러다 1세기가 넘어간다. 그것이 삶이요, 인생이요, 여행의 종착지다. 처음 출발지로 돌아간다. 이제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한다. 내가 선택해서 왔던 길이었기에 미련 따윈 없다.

소리 없이 세월이 흐른다. 그 속에 인생이 함께 묻어간다. 가는 것만 있고 오는 건 없다. 아니 있다. 희로애락이 다가온다. 살며시 다가온다. 때론 매몰차게 다가와 힘들게 한다. 이를 견뎌내고 극복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세상살이 매일 좋을 수는 없다. 추위에 떨기도 하고 더위에 땀 뻘뻘 흘려보기도 하며 살기도 한다. 매운맛도 보고 짠맛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맛없는 것도 먹고 그게 인생이지 별것 있나. 어떤 때는 싸우기도 하고 혼나기도 하고 매일 좋을 순 없지 않은가. 삶이 지루해지면 여행을 떠나고 고독도 씹어보고 산다는 게 그런 거 아니겠는가. 배부르면 노래 부르며 낮잠을 즐기고, 배고파지면 맛집 찾아 맛있는 음식 먹으며 살면 되지 뭐.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하고, 수염이 길었으면 깎으면 되지. 아프면 병원 가고 약 먹고 졸리면 자고, 무안한 일 있으면 눈 돌리고 바라보지 않으면 되는 거지. 그런 게 인생사는 거 아니겠어? 잘살면 얼마나 잘살고 못살면 얼마나 못살겠어. 도긴 개긴 사는 건 다 똑같겠지. 돈 많다고 하루 다섯 끼 먹는 건 아니잖아 어차피 세끼 먹기는 같을 거 아닌가?

그럭저럭 살다보면 남는 건 하나 없고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겠지. 지난밤까지 매달렸던 나뭇잎이 길가에 뒹구는 걸 보니 삶의 막을 내렸다는 거겠지. 그럼 또 다른 삶을 준비하면 되고, 시작엔 끝이 있고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끝도 시작도 없으면 모든 게 무의미해지니까 맺고 끊어야 하겠지.

지금 이 시간에도 벽에 걸려있는 시계가 돌고 있다는 건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거지. 거기에 맞춰 그럭저럭 살다보면 주변의 살아 움직이는 모든 물체들과 하나가 되어, 생을 함께 영위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지. 언젠가 어떤 장소에서 어떤 형체로 만나게 될지 모르는, 그들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살면 되겠지. 그것이 곧 인생 아니겠는가?

만날지 못 만날지는 알 수 없지만 만날 것이라는 가정 하에 그들을 내 인생에 초대하여 함께하고 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질 테니까. 다음 여행은 내가 무엇으로, 어떤 모습으로, 어느 행성으로 출발하게 될지가 궁금하다. 내게서 많이 흘러버린 시간, 그래도 아직 많은 시간이 이번 지구여행 기간에 남아있다.

그들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때 지구에 작은 흔적을 남기고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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