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충청매일]  ‘경자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가 오기 전부터 카톡으로 가장 많이 접하는 인사말이다. 그 인사말이 잊힐 때가 되어 구정이 되면 뒤늦은 인사말로 다시 한 번 듣는다. 그리고 일 년 내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하거나 들으면 어색한 것이 우리의 문화이다. 반면에 서양 사람들은 ‘아 유 해피!(Are you happy!)’라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산다. 어찌 보면 우리는 자신이나 남의 행복에 조금은 인색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서양의 학자나 속담을 보면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도록 하는 행복에 대한 글과 이야기가 풍족하지만, 우리 선열들의 이야기에서 행복을 의미하는 복(福)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우리에 있어서 복은 행복보다는 좋은 운수란 의미의 행운이란 의미와 더 친숙하게 연계되어 있다. 어의적으로 행복은 능동적인 의미를, 행운은 수동적인 의미를 가진다.

복에 대하여 우리의 문화가 인색한 것은 복이 가지는 양면성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속담에 “복은 쌍으로 안 오고 화는 홀로 안 온다”고 하고 있다. 이처럼 복에는 반드시 화가 따른다는 화복상생(禍福相生)의 생활관으로 우리는 복에 대하여 매우 조심스러운 자세를 가진다. 반면에 서양의 속담은 복을 조금은 긍정적으로 보고자 한다. 그래서 서양 속담에서는 “모험을 하지 않는 자는 행운을 잡지 못한다.”,  “불운은 행운을 가져오는 때가 많다.”고 하고 있다.

우리에 있어서 행복은 종종 물질적인 것으로 생각하여 운세를 재물이 생기거나 좋은 일이 있을 운수인 재수(財數)를 중심으로 이해하곤 한다. 이에 연초에는 온 한해 재물이 생기거나 종은 일이 생길 것인지 재수를 알아보기 위해서 토정비결로 한해의 운세를 보곤한다.

인터넷에 있는 무료 운세 사이트에서 2020년 토정비결을 보았다. 총론을 보니 “목마른 용이 큰물을 만나 뜻을 이루고자 하니 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받고 기뻐할 형국.”이란다. 재물운을 보니 횡재보다는 본인이 직접 얻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단다. 일과 관련하여 많은 것을 얻고자 하면 버려야 할 것이 반드시 있다고 한다. 사람과 관계에서는 서로에게 존중과 공손함을 보이라고 한다. 월별로 보면 어떤 달은 마른 샘에 비가 내리는 형국이라고 하고, 어떤 달은 귀인이 대문 앞을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

한해 운세를 보니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하여 조심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운을 받기 어렵고, 나쁜 운을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토정비결을 한번 곱씹어보니 우리가 수동적 행복관을 가지고 있더라도 선조들은 능동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할 것을 가르치기도 한다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복도 기다리는 사람, 열망하는 사람에게만 온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새해 벽두에만 남의 행복을 빌고, 운세를 생각하기보다 일 년 내내 행복을 생각하고 남의 행복을 비는 삶을 경자년에는 살았으면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