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기원전 300년 무렵, 맹자는 전국시대에 수많은 사상가들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가 명성을 날린 것은 죽은 지 백 년이 되는 공자의 사상을 옹호하고 발전시켜 유학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느 해 신년 초에 맹자가 제나라 평륙이라는 곳을 방문하였다. 마침 그곳을 다스리는 대부 공거심이라는 자가 맹자의 명성을 익히 알아 가르침을 받고자 초정하였다. 이때 맹자가 대부 공거심에게 물었다.

“혹시 대부께서는 자신을 호위하는 병사가 무단으로 세 번이나 이탈한다면 군법으로 그를 파면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관대하게 용서하시겠습니까?”

이에 대부가 거침없이 대답했다.

“어찌 그런 일을 세 번씩이나 기다린단 말씀입니까? 그런 일은 도무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저는 바로 파면할 것입니다.”

그러자 맹자가 진진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오를 이탈한 그 병사처럼 대부께서는 세 번씩이나 정치의 대오에서 무단이탈하셨더군요.”

이 말에 대부가 깜짝 놀라며 반문하였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언제 정치를 이탈했단 말씀이십니까?”

맹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지역은 작년에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크게 굶주렸습니다. 그때 대부께서 백성들을 외면하여 일할 수 있는 자는 모두 양식을 구하기 위해 타지로 떠나야했습니다. 그때도 대부께서는 백성들의 형편을 모르는 체 하셨습니다. 성한 자들이 떠나자 남아있던 노인과 어린아이 병든 자들이 모두 굶어죽었습니다. 그때도 대부께서는 모르는 체 하셨으니 이것이 과연 누구의 죄란 말입니까?”

이에 대부가 발뺌하며 대답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어찌 가난을 관청이 구제한단 말입니까?”

이에 맹자가 목소리를 분명하게 하여 말을 이었다.

“남의 소와 양을 빌려다가 키우려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아무리 찾아도 풀과 목장을 찾지 못한다면 그 가축들을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할까요, 아니면 그저 팔짱만 끼고 가축들이 굶주려 죽는 것을 지켜보아야 할까요?”

그때서야 공거심이 맹자의 말을 알아듣고 무안해지고 말았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그것은 저의 잘못입니다!”

며칠 후 맹자는 제나라 도읍에 들어가 임금을 만났다. 그리고 평륙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다. 그러자 이야기를 다 들은 제나라 임금이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대부 공거심의 죄가 아닙니다. 바로 군주인 저의 잘못입니다!”

부형청죄(負荊請罪)란 가시나무를 짊어지고 자신을 때려주기를 청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깊이 사죄한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2020년은 불법과 부정부패와 권위주의를 일소하는 커다란 변혁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바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국민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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