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청풍도가와 싸움을 시작하다

[충청매일] ① 청풍도가와 싸움을 시작하다

두 달여가 넘게 지속되었던 난장이 폐장되고, 잠시 일상으로 돌아왔던 북진여각이 또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난장을 계기로 북진은 환골탈태했다. 더 이상 남한강가 궁벽한 나룻가 마을이 아니었다. 북진은 이제 청풍 관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죽령 너머 경상도, 맏밭나루를 지나 강원도 내륙까지 장꾼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제껏 오랜 세월 동안 향시가 열리며 청풍 관내 상권을 장악하며 위세를 떨던 한천장을 능가할 정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전적으로 읍나루에만 정박하던 장삿배들이 북진나루로 향했고, 읍장으로만 몰리던 장꾼들이 북진 상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한양의 경상들도 청풍도가보다는 북진여각을 찾아와 물산들을 풀었다. 사방에서 사람들 발걸음이 잦아지자 북진이 청풍 관내 제일 장으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것을 청풍도가에서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놀부 놈, 부자 된 흥부 보고 배알이 뒤틀려 몽니를 부리듯 어떻게 해서라도 해코지를 해 북진여각을 꺼꾸러뜨릴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북진여각도 예전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았다. 이젠 북진여각도 청풍도가와 대적할 만큼 힘이 있었다. 힘으로만 맞붙는다면 북진여각이 더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싸움은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었다. 청풍도가 뒷배에는 청풍관아가 있었다. 청풍도가를 하루아침에 꺼꾸러뜨리지 못하는 것은 그 이유였다. 만약 잘못 건드려 책이라도 잡히는 날에는 청풍관아에서 북진여각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북진여각으로서는 청풍도가와 관아에서도 어쩔 수 없는 그런 물증을 잡아내야 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책을 삼아 청풍도가를 공격함으로써 청풍관아의 마수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었다.

“대방은 동몽회원들을 몽땅 소집하거라!”

최풍원이 강수에게 명을 내렸다.

“성님, 급자기 애들은 왜 불러 모으는 거유?”

갑작스런 동몽회원들 소집 소식을 듣고 도식이가 여각으로 달려왔다.

“동생 왔는가. 그렇잖아도 자넬 부를 참이었다네. 강수부터 단두리하고 자넨 나하고 얘기를 좀 하세.”

“알겄습니다요. 성님!”

“대방은 동몽회 중에 눈치 싼 놈으로 하나 골라 오늘부터 읍내 청풍도가 언저리를 돌며 동태를 살피도록 하거라. 그리고 물개를 시켜 나루터 언저리에서 청풍도가와 거래하는 뱃꾼들을 조사하도록 해라. 또 호달이에게는 청풍장을 오가며 난전을 벌이는 장사꾼들과 보부상들의 속내를 떠보도록 시키거라!”

“알겠습니다, 대방! 시키실 일은 이게 다인지요?”

“조금의 수상한 기미라도 보이면 비호를 보내 여각으로 즉각 알리거라. 동몽회는 날 믿고 설사 섶을 지구 불속으로 뛰어들라 해도 그저 따르면 된다! 또 오늘부터 나와 하는 일은 절대 밖으로 새나가선 안 된다. 만약 비밀을 발설한 놈은 혀를 뽑아버릴 테니 대방이 아이들 입단속을 단단히 시키도록 하게!”

최풍원이 동몽회 대방 강수에게 거듭 입단속을 당부했다.

“성님, 무슨 일이래유?”

강수가 최풍원의 지시를 받고 밖으로 나가자 도식이가 물었다.

“이보시게, 자네도 할 일이 있네. 자네는 청풍도가에서 일하는 공원을 한 놈 매수하게! 물건을 멕이든, 돈을 멕이든 뭘 멕이더라도 자네 말이라면 군말 없이 따를 그런 놈을 하나 포섭하게!”

“청풍도가 놈한테 그 아깐 돈을 뭣 하러 쓴다요?”

도식이는 최풍원의 말뜻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일 또한 자네와 나만이 알고 있는 일이니 여하한 일이 있어도 밖으로 흘러나가면 안되네!”

최풍원이 도식이의 궁금증은 풀어주지 않고 입단속만 조심시켰다.

“알겠수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최풍원의 태도가 못마땅해 도식이 말투가 퉁명스러웠다.

“동생이 그 연유를 알면 외려 일하는데 부담이 될 거라 그러는 것이니 우선 그 일부터 해주게. 그리고 곧 자초지종을 알게 될 걸세.”

최풍원이 도식이 표정을 읽고는 다독였다.

“알겄습니다, 성님! 이전에 청풍읍장에서 무뢰배 짓 할 때 함께 했던 놈이 있을 테니 수소문을 해보겄습니다요!”

도식이가 금방 풀어지며 말투가 녹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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