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신도 중 자신.
십이지신도 중 자신.

[충청매일 제휴/뉴시스] “쥐가 도망가면 집안이 망한다", “쥐가 집안에 흙을 파서 쌓으면 부자가 된다."

예부터 속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쥐와 관련한 금기어다. 쥐가 도망가거나 독에 빠진다는 행위에 그 집안의 업을 대입해 재물을 지켜주는 상징적인 동물로 여긴 부분이다. 집안에 흙을 파는 행위도 재물을 쌓는 행위로 여겨졌다.

이 같은 재물과 관련된 속설은 쥐가 다산(多産)의 동물이라는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쥐는 1년에 6∼7회 출산을 하고 한 번에 6∼9마리의 새끼를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 역시 재물을 모으는 능력처럼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대 중앙대 교수는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이 개최한 2020 경자년 쥐띠 해 학술강연회 ‘서생원 납신다'에서 발표한 ‘쥐, 근면함과 예지력을 갖춘 동물'이라는 내용의 학술자료를 통해 이 같은 쥐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했다.

풍요를 상징하는 것 외에 전통적으로 쥐는 지혜로운 동물로도 그려진다. 김 교수는 손진태 선생이 ‘조선신가유편'에 담은 무가의 일종인 ‘창세가'에서는 사람과 조물주보다도 더 뛰어난 지혜를 갖춘 존재로 쥐가 표현돼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혜공왕 5년 11월의 기록에서도 쥐의 예지력을 묘사한 부분이 있다. ‘치악현서팔천허 향평양 무설(雉岳縣鼠八千許 向平壤 無雪)' 치악현에서 쥐 팔천 마리가 평양을 향해서 갔다는 기록과 함께 눈이 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눈이 내리지 않았다는 점은 다음해 농사가 흉년이 됐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쥐의 이동을 통해 예지력을 나타낸 부분이기도 하다.

이처럼 쥐의 면모가 긍정적으로 묘사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곡식을 훔쳐먹는 행위 등으로 인해 쥐는 보통 생활에 해로운 부정적인 동물로 각인돼있다. 이 때문에 탐관오리나 간신으로 묘사되거나 ‘옹고집전' 같은 옛날 이야기에서는 사람으로 둔갑해 사람을 괴롭히는 동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상들은 동물을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지닌 것으로 접근한 만큼 쥐도 그런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쥐띠는 부지런하다. 이것은 자신들의 식량을 얻기 위한 행동이다. 따라서 쥐띠는 부지런히 일을 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먹을 식량이 떨어지는 경우가 없다. 그것은 바로 쥐띠는 굶어죽을 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쥐는 예지력과 지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이 세상을 놀라게 할 일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같은 쥐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기회가 국립민속박물관에도 마련된다. 민속박물관은 경자년을 맞아 오는 3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2에서 ‘쥐구멍에 볕 든 날' 특별전을 개최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