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쥐는 작고 친근한 동물로 동서양 이야기에 수없이 등장한다. 귀찮고 야속할 수는 있어도 위협으로는 느껴지지 않을 만한 자그마한 몸집 때문일지, 쥐 이야기는 다양하고, 때로 사람 사는 일의 우화로 등장하기도 한다. 레오 리오니의 “초록 꼬리 쥐”를 소개한다.    

깊은 숲속에 쥐들이 살고 있다. 먹을 것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화하다. 겨울은 포근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여우도 뱀도 없으니 안전하고 평화롭다. 낙원같이 평온한 그곳에서 들쥐들은 사이좋고 행복하게 나날을 보낸다. 어느 봄날 도시 쥐 한 마리가 그곳에 나타난다. 미지의 외부에서 틈입하는 자는 위험과 모험의 이야기를 함께 가지고 오는 법, 도시 쥐는 도시의 화려한 축제 ‘마디 그라’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끌림,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로 들쥐들도 축제를 열기로 한다. 먼저 수풀을 화려하게 꾸미고 거리행진을 한다. 무도회를 열어 밤중에는 가면무도회를 하기로하고 저마다 멋지고 화려한 모자와 머리 장식과 사나운 동물 가면도 만들어 쓴다. 그들 중 한 마리는 꼬리를 초록으로 칠하고 그 초록 꼬리를 자랑하기도 한다.

쥐들은 낮에는 춤추고 노래하며 흥겹게 놀다가 밤이 되면 각각의 가면을 쓰고 수풀 속으로 들어가 서로 으르렁대며 이빨을 드러내고 괴성을 질러댔다. 숲속은 괴성과 흥분으로 가득차게 된다. 

어느 날 들쥐들은 이상하고 무시무시한 것과 마주치게 된다. 그 쥐는 가면을 쓰지 않은 원래의 들쥐였는데도 잔뜩 겁을 먹고 도망친다. 가면을 쓰지 않아 금방 따라잡은 들쥐가 “너희들도 그 우스꽝스런 가면을 벗어던지면 모두 큰 쥐가 된다”고 알려준다.

쥐들은 하나 둘 가면을 벗고 다시 예전 들쥐로 돌아와 다시 사이좋게 어울리며 가면들을 태운다. 그런데 딱 한 마리 초록 꼬리 쥐의 꼬리는 아무리 씻고 긁고 해도 지워지지를 않는다.

꼬리가 왜 초록색이냐고 누군가 물으면 자기가 마디 그라 축제 때 초록 꼬리 쥐였다며 으쓱대지만 그 어느 쥐도 그 끔찍한 가면 놀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한때 꾸었던 악몽처럼. 어쩌면 초록 꼬리는 격렬했던 시절의 흔적일 것이다.

짜릿한 흥분은 잠시의 활력이 될 수 있지만 지속될 수는 없다. 세상의 모든 축제는 그래서 기간을 정해둔다. 마술 같은, 마약 같은, 카니발 같은, 가면 놀이 같은 매혹의 순간들을 일상에서 매번 좇는다면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갈 길을 자칫 잃을 수 있다. 행복한 자리로의 회귀에 얼마만의 대가를 치를지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아주 잠깐, 잔치의 흥청거림 속에 들어섰더라도 돌아갈 길, 시간을 잃지 않을 것.  

작가는 종교적 축제를 말하자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고, 속도 빠른 현대를 사는 이들에게 불안은 공포와 두려움을 일으키고 그럴 때 쥐들이 썼던 사나운 가면 같은 망실의 매혹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 있을 수 있겠다. 짜릿한 흥분을 좇는 일은 잠깐, 가볍게, 꼬리까지 물들이지는 않는 정도로 그쳐야 겠다. 풍요와 결핍, 소비와 생성, 성장과 소멸이 공존하는 일상의 이중적 가치를 든든히 지켜내는 삶이 되어야 할 터이다. 모든 시작의 기점에서 점검할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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