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포수집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자루를 풀어 주거라!”

최풍원이 명령했다. 주둥이가 풀어지자 강장근이가 자루 속에서 나왔다.

“이게 무슨 짓이냐?”

강장근이가 별채 마루에 앉아있는 최풍원을 발견하고 벽력같이 고함을 쳤다.

“그건 네놈이 더 잘 알 것 아니냐?”

“내가 뭘 어쨌다는 거냐?”

“뻔뻔한 놈! 네놈 한 일이 백일하에 드러났는 데 시치미를 떼느냐?”

“무슨 이야길 하는거냐?”

강장근이 끝까지 발뺌을 했다.

“얘들아!, 송만중이와 저 놈을 자루에 넣어 강물에 던져버리거라!”

“최 행수! 내 뒷배에 누가 있는 줄 알고나 있느냐?”

“네놈 뒷배가 누군지는 내 알바 아니고, 내가 아는 것은 네놈이 상놈인 장사꾼이라는 사실이다. 뒷배가 대감이면 네놈이 대감이라도 된 성 싶었더냐? 네놈은 장사꾼일 뿐이다.”

“내게 해코지를 하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어리석은 놈! 이 자리에서 네놈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대감이 아니라 나한테 달려있다. 분명한 것은 내가 당하기 전에 네놈은 오늘 여기서 죽는다는 사실이다, 이놈아!”

“최 행수, 그간 일은 내 불찰이오. 그러니 이해를 해주시요!”

강장근이가 뭔가 사태가 심상찮게 흘러가고 있음을 알아채고는 태도를 바꾸며 용서를 빌었다.

“이제서야 돌아가는 판세를 알겠느냐? 그러나 이미 늦었다! 넌 오늘 내 손에 죽어야 한다!”

최풍원의 말 속에서 찬바람이 일었다.

“화수야, 저 놈들이 끌고 왔던 쓰레기 배들은 모두 불질러버리고, 송만중이와 강장근이 놈을 아예 흔적도 없이 없애버리거라!”

“내가 보이지 않으면 날 찾아 나설 것이다!”

강장근이 뒷배를 내세워 최풍원을 위협했다.

“누가 네놈을 찾아 나선단 말이냐? 너는 이미 모든 특산품을 혼자 독식하려고 도주한 것으로 뱃꾼들에게 소문이 나있고, 한양의 김판근 대감에게는 네놈이 세곡을 가로채려고 고패를 쓰다 발각되자 배를 불 질러 버리고 도망을 친 것으로 알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법을 위반한 네놈을 김 대감이라고 비호를 해주겠느냐? 네놈은 이제 고립무원이다!”

“정말 날 죽일 셈이오?”

강장근은 아직까지도 ‘설마 죽이기까지야 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옛 정을 생각해서 목숨만이라도 살려주시오!”

눈치 싼 송만중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목숨을 구걸했다.

“네놈과 무슨 옛 정이 남아 있겠느냐? 이번에야 말로 네놈의 싹을 아예 끊어버려야겠다!”

최풍원이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봉화수와 동몽회 회원들이 두 사람을 묶어 배에 싣고 뱃길이 끊어진 강 상류의 망월산성 깊은 협곡으로 올라갔다.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나면 반드시 네놈 숨통을 끊어버리겠다고 경고를 했었지? 그런데도 그 말을 어기고 북진에 나타나 상권을 어지럽혔으니 이제 황천길로 가야겠다. 얘들아, 송만중이를 강물에 던지거라!”

배가 협곡에 다다르자 닻을 내리고 봉화수가 동몽회 회원들에게 명령했다.

“봉 객주,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오! 이번만 봐주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 평생을 쥐죽은 듯 살겠소!”

송만중이 두 손을 싹싹 빌며 사정했다.

“네놈 말을 믿느니 차라리 인경꼭지가 말랑말랑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빠르겠다. 얘들아, 저 놈을 자루에 넣거라!”

“제발……, 제에발!”

송만중이가 필사적으로 빌었다. 동몽회원들이 달려들었다. 송만중이 자루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던져라!”

봉화수의 명령에 따라 송만중을 넣은 자루가 강물에 던져졌다.

“강장근, 네놈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느냐?”

“봉 객주! 제발 살려 주시오!”

송만중이 강물로 던져지는 것을 본 강장근은 이미 혼이 나간 상태였다. 강장근이가 배 바닥에 오줌을 흥건하게 쌌다.

“네놈들 같은 인종은 세상에서 씨를 말려버려야 해!”

이내 강장근도 강물로 던져졌다.

“내일부턴 다시 난장이 열린디야!”

한동안 어수선했던 북진난장이 다시 제모습을 찾았다. 장마당에는 장꾼과 장사꾼들이 들끓고 북진나루에도 사방에서 물산들을 실고 오가는 배들로 나루가 비좁았다. 그렇게 난장은 두 달여가 넘도록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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