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충청매일] 옛날에 한 나라의 왕이 중병에 걸렸다. 백약이 무효라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차도가 없자, 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의사가 최후로 처방을 내렸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얻어서 입으면 병이 나을 것입니다.” 왕은 신하들을 전 세계에 보내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도록 하였습니다. 신하들은 돈 많은 사람, 학식이 많은 사람, 아주 예쁜 사람들을 찾아가서 행복한지를 물었지만, 어느 사람도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남보다 적게 가지고 있는 것, 더 예뻐질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왕의 신하들은 번번이 행복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한 신하가 외딴 마을에서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에 사는 가난한 부부를 만났고, 그들은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 신하는 이들 부부에게 돈은 얼마든지 줄 터이니 그들이 입고 있는 속옷을 벗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너무 가난해서 속옷을 지금까지 입어본 적이 없었다고 하였다.

가족들의 말썽으로 구설에 올랐던 대기업의 회장이 사망한 뒤에 그 가족들이 서로 더 많이 가지겠다고 싸우는 모습이 매스컴에 나오고 있다. 이러한 뉴스가 나온 날 KBS에서 방영한 “세상 끝의 집” 다큐멘터리에 나온 봉쇄수사님은 평생을 독방에서 하나님과 인간을 연결하기 위해 기도하면서도 자신이 가난한 사람과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가장 아쉬워한다고 말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이 모두 행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으로 드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남을 위해 사는 모습이다. 진정 성공한 기업가는 자기가 아닌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종업원과 고객을 중시한다. 성공한 음식점 사장님은 고객에게 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데 관심을 가진다. 존경받는 선생님은 자신이 아닌 학생을 위해서 노력한다. 성공한 정치인은 자기의 권력보다 국민의 삶을 앞세운다. 앞의 이야기에서 행복한 부부의 남편은 아내를 위해, 아내는 남편을 위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진정한 예술가는 자신이 아닌 작품에 자신을 받친다. 성공한 무형문화재 전수자는 자기의 삶보다 무형문화재가 사라지지 않게 하는 데 더 많은 걱정을 한다.

2019년 기해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교수신문은 올 한 해를 상대편을 죽이고 나만 살고자 하면 공멸한다는 의미의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하였다. 이는 우리 사회가 남을 위한 삶과 철학을 가지고 한 해를 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끝에 이념과 철학을 저버리면서 이합집산하여 자기 것을 챙기기 위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였다. 어느 사람도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세상은 공평하여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지는 않는다. 말이 행동이 되어 행복한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되었으면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