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가 위촉사실 모르고 별도의 교육 없는 곳도…경찰, 보여주기식 행정 지적

[충청매일 양선웅 기자] 충북경찰이 전국최초로 야심차게 실시한 ‘반딧불 편의점’ 제도가 치적을 위한 전시행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2016년 7월 ‘성폭력 등 범죄로부터 여성안전 확보’의 기치를 내세우며 여성안전을 위해 24시간 빛을 밝혀준다는 의미의 ‘반딧불 편의점’ 163곳을 선정, 현재 158개소를 운영 중이다.

반딧불 편의점은 여성대상 범죄의 위기상황으로부터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안전망 구축 필요에 따라 여성이 위급한 상황에서 지정된 편의점으로 대피 시 피해자 보호 및 경찰 신고를 통한 여성안전확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도내 12개 일선 경찰서 확인 결과 선정과정과 재위촉, 점검 및 운영 및 점주(종업원)에 대한 교육 등이 모두 미비해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가이드라인 없는 홍보와 관리소홀, 관련부서의 직무태만으로 사실상 무용지물 제도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심지어 한 경찰서 담당자는 ‘반딧불 편의점’이 무엇이냐고 되묻는가 하면, 두 개 경찰서 담당자들은 관할지역 내 몇 개소가 운영되는지 조차 몰랐다.

도내 12개 경찰서 중 대부분은 각 편의점을 현장 방문해 제도의 홍보와 교육 등을 한다고 밝혔으나, 연중 교육 횟수와 방법에 대해서는 얼버무렸다.

별도의 교육이 없다는 곳도 있었다.

현장방문 점검과 교육방식도 천차만별이었다. 점주와 종업원들에게 제도 홍보와 더불어 위급상황 발생 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매뉴얼을 담당자가 직접 제작해 배포하고 수시로 들러 점검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형식상 얼굴도장만 찍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상부의 기대와 달리 결국 일선 담당자의 관심과 열정에 따라 관리가 이뤄지는 형국이다.

제도가 시행된 지 4년차를 넘어서지만 정작 위촉사실을 모르는 점주도, 위급상황 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모르는 종업원들이 넘쳐났다.

도내 한 ‘반딧불 편의점’ 종업원은 “반딧불 편의점이란 말은 처음 들어본다”며 “사장님도 다른 알바생도 아무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편의점 점주는 “알바생에게 맡기고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그런 걸 한다고 전화는 받아 본 적이 있다”며 “제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육을 해도 편의점 특성상 인원교체가 빈번해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점주 등과 협의해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반딧불 편의점’이 여성안전에 얼마나 효용성이 있는지는 사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충북경찰 자료에 따르면 제도시행 이후 42개월 동안 제도이용사례는 16건으로 나타났다. 이중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잠든 여성을 잠이 깰 때까지 기다려줬다는 우수사례도 있는가 하면, 여성이 택시비가 필요하다고 도움을 요청해 종업원이 택시비를 빌려줬다는 웃지 못 할 사례도 있었다.

발굴사례나 우수이용사례 등에 대해서 한 경찰서 관계자는 “‘반딧불 편의점’이 크게 도움 되는 일은 없었다”며 “어차피 편의점이 24시간 운영하니 신고는 잘해준다”고 답변했다.

2020년 새해, 시행 5년차를 맞는 ‘반딧불 편의점’이 보여주기 식 행정에서 여성안전에 기여하는 제도로 존재감을 뽐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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