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충북 영동군 양산면 가선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엄청난 산림과 재산피해를 입히고 3일 만에 진화됐다.

산 중턱 움막에서 기거하는 사람의 실화에 의해 발화된 것으로 밝혀진 산불은 초속 7m의 강풍을 타고 자꾸 옮겨 붙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게 했고, 다 꺼진 것으로 판단됐던 곳에서 잔불이 다시 살아나 번지는 바람에 예기치 못한 커다란 손실을 입었다.

산불의 와중에 천태산 영국사 신도들이 보여준 불심(佛心)은 특정 종교 여하를 떠나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 가치가 있다. 불길이 천년고찰인 영국사를 덮칠 위기의식을 느낀 신도회원 50여 명이 늦은 시각임에도 서로 연락을 취해 속속 영국사로 모여들어 불상과 탱화, 불교유물 등을 안전한 트럭으로 옮겨 싣는 작업을 했다.

이 시각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때로 신도들은 손전등에 의지해 가며 대피작업을 실시했다. 또 불길을 막기 위해 영국사 건물과 절 주변에 물을 뿌리는 방어선을 구축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했다. 급기야 영국사 10m까지 접근했던 불길은 소방관들과 신도들의 필사적 저지에 다행히 더 이상 영국사 경내로 진입하지 못했다.

이처럼 신도회가 원근을 불문하고 달려와 사찰과 불교유물을 고스란히 보존한 것은 자신들의 몸을 바쳐서라도 부처님을 지키겠다는 ‘살신성불(殺身成佛)’로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얼마전 발생한 산불로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가 소실되는 뼈아픈 경험을 했던 터라 이같은 영국사 신도회의 ‘살신성불’ 자세가 더욱 돋보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산불로 비록 산림과 민간인 재산 등 적지 않은 피해를 당하기는 했으나 소중한 불교유물을 성공적으로 지켜낼 수 있었던 데는 신도회 뿐 아니라 산불 진화에 동원된 소방관과 공무원, 군인, 주민 모두의 희생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도 아쉬운 것은 잔불을 완전히 확인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항을 종합해 차후 유사한 사례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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