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오랜 진통 끝에 마련된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안이 마침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개정 선거법 단일안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이번 회기에는 어렵다해도 새 회기가 시작되는 26일에는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인 선거법 개정안은 현행대로 지역구 의석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유지하되 50%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연동률 적용 의석수(cap·캡)는 30석으로 제한했고, 막판 도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석패율제도 제외했다. 당초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오른 개정안 원안에서 많이 후퇴한 셈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발의한 원안은 ‘지역구 225석, 비례 75석’에 비례대표 의석 모두 연동률 50% 적용이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타협해 내놓은 이번 합의안은 무늬만 연동형인 누더기 선거법이 됐다.

비례대표를 현행에서 한 석도 늘리지 않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상한선까지 설정했다. 이런 법안을 만들려고 그토록 난리를 피웠는지 국민들은 의아할 뿐이다. 그나마 정당 지지표의 등가성을 확보하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위안을 삼아야 할 판이다.

‘4+1’ 협의체는 파국을 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궁색하다. 각 당의 밥그릇 싸움에 ‘거대 양당의 독주를 막고, 민의를 국회 의석 수에 최대한 반영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선거제 개혁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선거법 개정안이 제1야당인 한국당을 제외한 상태에서 상정된 것은 아쉽다. 특히나 게임에 직접 뛰어야 하는 당사자를 배제한 선거법 개정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본회의 통과에 앞서 모든 당이 합의 처리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당은 결사반대만 고수할 때가 아니다. 한국당은 그동안 제대로 된 법안 심사나 대안 제시 없이 막무가내 반대로 일관해 왔다. 이번 ‘4+1’ 협의체의 합의안도 어떻게 보면 그 연장선에서 나온 불가피한 결과물이다. 한국당이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당은 ‘4+1’ 협의체가 가까스로 합의해 상정한 단일안이 전면 폐기기하긴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제1야당으로서의 책임을 갖고 ‘비례한국당’ 창당 등의 변칙과 지연작전으로만 맞설 생각을 접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은 앞으로 ‘3일짜리 쪼개기 임시국회’를 열어 패스트트랙 법안 7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선거법 개정안을 비롯해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이다. ‘4+1’ 협의체는 의결정족수인 148석 이상 확보가 가능해 사상 초유의 법안 통과가 유력시 된다. 20대 국회가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혹평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싶다면 여·야 모두 합의 처리하는 대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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