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우연히 예전에 보도된 기사를 보게 됐다. 10여 년이 훨씬 지난 기사. 내용은 공무원의 친절이 3억 어음을 막은 이야기이다. 그때도 이 시간쯤이었던 것 같다. 흠뻑 땀을 흘리며 성난 얼굴로 헐레벌떡 달려왔던 한 아저씨, 오자마자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셨다.

“이 보소. 왜 이리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리오. 오늘 처리가 되지 않으면 난 죽어요, 죽어!”

느닷없는 고함소리에 어이가 없었지만 그분의 긴급한 마음이 얼굴에 쓰여 있는 것 같아 조심스레 말을 건넸던 그날. 그분의 다급함은 오늘 민원접수를 하면 바로 처리될 줄 알았던 업무가 여러 부서와 협의를 해야 하고 처리 또한 수일이 소요된다고 해 다급함에 구청을 방문한 민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업무가 처리되지 않으면 3억의 어음을 막을 수 없어 부도가 난다는 아저씨.

그날은 정말 ‘Speed’라는 단어만이 존재하던 날이었다. 며칠 후 아저씨가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했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시장님께 직접 편지를 보낸 것이었다.

“이번 일을 기회로 공무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규정만 찾고 목에 힘을 주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공무상 받은 친절이나 혜택으로 사례를 하거나 받으면 법에 걸린다니 다른 방법으로라도 감사의 표시를 꼭 전하고 싶어서 몇 자 올립니다. (생략)”

그 시절 필자는 민원인을 감동시킨 친절한 공무원으로 상을 받았고 이 사례가 우수 사례가 돼 방송국에서 촬영해 가기도 했다.

만약 그때 3억의 어음을 막아줬으니 그 답례로 사례금을 받았다면, 아니 사례금을 받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해줬다면 필자는 어떻게 됐을까?

돈이 권력을 크게 흔들 수 있는 곳에서는 국가의 올바른 정치나 번영을 바라볼 수 없다고 했다. 공무원에 임용되면 제일 먼저 듣고 마음에 새겨야 하는 것이 있다. 공무원 윤리헌장이 그것이다.

‘국가에는 헌신과 충성을, 국민에게 정직과 봉사를, 직무에는 창의와 책임을, 직장에선 경애와 신의를, 생활에는 청렴과 질서를.’

초심불망(初心不忘)이라는 말처럼 처음에 다진 마음을 잊지 않고 산다면 대중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인사 청탁, 공직비리, 부패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아름다운 얼굴이 추천장이라면 아름다운 마음씨(청렴)는 신용장이다. 필자는 오늘도 신용장에 커다랗게 적어본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듯 마음씨가 청렴치 못하면 그 사람 자신이 녹슬고 만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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