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맹자의 왕도정치는 백성을 귀하게 여기는 민본사상이 그 중심이다. 어느 날 장포라는 제나라 신하가 맹자를 찾아와 물었다.

“저희 제나라 선왕께서는 음악을 특별히 좋아하십니다. 왕이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좋은 일입니까, 나쁜 일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군주가 음악을 좋아한다면 아주 이상적인 나라에 다가간다고 하겠습니다.”

며칠 후 맹자가 선왕을 만나 물었다.

“군주께서 음악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이에 선왕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건 정악이 아니라 세속의 음악이요.”

맹자가 말했다.

“어느 장르고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그건 분명 나라를 위해 좋은 일입니다. 군주께서는 혼자 듣는 음악과 백성과 함께 듣는 음악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으십니까?”

선왕이 대답했다.

“그야 백성과 함께 듣는 음악이 즐거운 거 아니겠소?”

맹자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만일 군주께서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면 혼자서 종과 북과 피리를 연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연주하는 군주께서는 즐거운 일이지만 듣는 백성은 곤욕스러운 일이지요. 그때는 백성들이 우리 임금은 백성이 어찌됐건 상관없이 그저 혼자만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군주가 백성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가족과 헤어져 사는 백성이 많아지고, 포도청에는 상소하고 무고하는 자가 많아지고, 시장에는 물가가 제멋대로여서 먹고 사는 일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이는 도리어 나라가 어려워지고 군주의 자리가 위태롭게 되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선왕이 물었다.

“그러면 내가 백성들과 더불어 음악을 좋아한다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소?”

맹자가 대답했다.

“만일 군주께서 음악을 연주하시는데 백성들이 종과 북과 피리 연주를 듣고 모두 얼굴에 기쁜 색을 띤다면 분명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우리 임금께서는 참으로 군주이시다. 우리를 위해 이렇게 즐겁게 해주시니 말이다. 행여 군주께서 아프실까 걱정이고 병이 날까 걱정이도다. 어찌 저리도 우리 백성을 위해 연주를 잘하시는지 참으로 즐거운 일이도다. 그러니 임금께서 백성들과 함께 즐거움을 누리신다면 분명 왕도정치를 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선왕이 깨달은 바가 있어 며칠 후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양식 창고를 활짝 열어 구휼했다. 이는 맹자에 있는 이야기이다.

여민동락(與民同樂)이란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누린다는 뜻이다. 백성이 슬프면 군주가 함께 슬퍼하고, 백성이 즐거우면 군주가 함께 즐긴다는 군주의 올바른 자세를 비유하는 말이다. 신년에는 더 좋은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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