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선주처럼 팔도를 따라 떠도는 거상이 이런 시골의 작은 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 뭐를 한단 말이오?”

“장사가 조금이라도 이문을 남길 수 있다면 전력질주를 하는 것이지 크고 작음이 무슨 문제요?”

“그건 강 선주가 모르고 하는 소리요. 이 지역은 벌써 수년째 흉년이 거듭된 터라 당신은 북진에서 이문을 남기지 못할 것이오!”

“그렇다면 팔지도 못할 물건을 최 행수는 뭣 때문에 사려고 안달이오?”

강장근이 최풍원의 수를 다 읽고 있다는 듯 말했다.

“나야 그 물건을 매입하면 곳간에 갈무리해두었다가 우리 여각 객주들과 보부상들을 풀어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다니며 산매를 하면 되지만, 강 선주는 그 많은 물량을 언제까지나 장마당에서 직접 산매를 한단 말이오?”

“장사꾼이 물건 떨어지는 것이 걱정이지, 팔아줄 사람 없을까봐 걱정하겠소?”

강장근에게는 어떤 말도 통하지 않았다. 최풍원으로서는 저렇게 여유를 부리는 강장근의 속내를 알 수가 없는 것이 더 답답했다. 그것을 알 수 없으니 어떤 타협점도 찾을 수 없었다. 그가 말하는 품새를 보아서는 더 많은 이득을 내기 위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물산을 직접 산매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도대체 강장근의 꿍꿍이를 알 수 없었다. 어떻게 하든 강장근을 설득해서 그의 배에 실려 있는 모든 곡물을 도거리해서 폭락하는 북진난장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최풍원으로서는 급선무였다. 그러나 강장근의 속내를 알 수 없으니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후한 값을 쳐서 곡물을 매입할 테니 강 선주 의향을 말해 주시오!”

최풍원이 결정권을 강장근에게 넘겼다. 장사꾼이 물건 거래에 대한 결정권을 넘긴다는 것은 상대 의사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것으로 실상은 최풍원이 강장근에게 굴복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곡물 대금은 무엇으로 지불하겠소?”

“돈이든 물건이든 원하는 대로 해주겠소!”

“돈은 필요 없고 북진여각에서 보관중인 특산품으로 해주시오!”

“좋소! 그렇게 하리다.”

두 사람이 어렵게 합의를 했다.

“조건은?”

이번에는 강장근이 거래 조건을 들고 나왔다.

“강 선주가 특산품을 원하니 특산품 시세에 맞추는 것이 당연하잖겠소?”

“특산품은 경우에 따라 시세차 변동이 크니 곡물을 기준으로 해야지 특산품 시세에 맞추는 경우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답디까?”

강장근이 곡물가를 기준으로 삼자고 말했다. 그것은 강장근의 말이 옳았다. 때와 장소에 따라 들쑥날쑥 하는 특산물을 시세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팔도의 장마당에서는 대체로 시세변동이 적은 쌀값을 다른 물산들과 교환 시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그렇다면 미가는 어느 시점으로 맞추겠소?”

최풍원이 쌀값으로 교환을 하되 어느 시기 쌀값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를 물었다. 지금 북진난장에는 두 가지 시세가 함께 형성된 상태였다. 북진여각과 강장근이 매겨놓은 쌀값이었다.

“그거야 낮은 가격에 맞추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소?”

“그건 강 선주가 임의로 내려놓은 시세고, 실제 거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잖소? 그러니 가격이 하락하기 전 장마당에서 거래되던 쌀값을 기준으로 해야잖겠소?”

강장근이 북진난장을 흐리며 곡물가를 내려놓은 의도가 거기에 있었다. 강장근은 곡물가를 바닥까지 내려놓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 북진여각에서 보유하고 있는 특산품을 헐값으로 매입하려는 속셈이었다. 곡물 값이 하락하면 특산물 값은 곤두박질을 쳤다. 그도 그럴 것이 청풍 같은 작은 고을 백성들에게는 특산물보다도 당장 먹고 살아야하는 곡물이 더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강장근은 그것을 노리고 최풍원의 특산물을 훌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난장에 곡물을 헐값으로 내놓은 것이 분명했다. 당연히 최풍원은 강장근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북진여각의 큰 재화가 특산품이기도 했지만 그것이 더욱 중요한 것은 북진에서 꼭 필요로 하는 곡물과 좋은 조건으로 바꿀 수 있는 재원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북진여각의 중요한 재원인 특산품을 헐값으로 곡물과 바꾼다면 최풍원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일이었다.

“그렇게 할 수는 없소!”

최풍원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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