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본질은 같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본질은 같다
  • 충청매일
  • 승인 2019.12.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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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00년 무렵 전국시대, 전쟁이 치열한 이 시기에 천하를 돌며 인의(仁義)를 전하는 한 선비가 있었다. 바로 맹자(孟子)였다. 맹자는 공자가 죽고 100년이 지나 태어났다. 전국시대에는 국력의 기준이 바로 인구였다. 인구가 많으면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고 병사를 많이 동원할 수 있어 인구를 늘리는 것이 강대국이 되는 지름길이었다. 그러나 자연 출생으로 인구를 늘리는 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라마다 생각해낸 것이 전쟁을 통해 이웃나라를 빼앗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쟁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함부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백성들이 자연스럽게 몰려들어 부강해진 나라들이 있었으니 천하의 임금들이 모두 그런 나라를 부러워했다. 하루는 양나라 혜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나는 나라를 다스리는데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소. 하내 지역이 흉년이 들면 하동의 곡식을 보내 백성들을 위로하고, 하동이 흉년이 들면 하내의 곡식을 보내 위로를 하오. 그런데 이웃나라는 그런 정책을 쓰지도 않고 있는데 어찌된 노릇인지 나날이 인구가 늘어나고 있소. 백성을 위해 좋은 정책을 펴는 우리 양나라의 인구는 도리어 줄어들고 있으니 이게 무슨 까닭이오?”

이에 맹자가 대답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을 때 적군이 무서워 도망친 병사들이 있습니다. 한 병사는 발이 빨라 백보를 앞서 도망치고 한 병사는 발이 느려 오십보를 도망쳤습니다. 그런데 오십보를 도망친 병사가 백보를 도망친 병사를 보고 야, 이 겁쟁이야 라고 비웃는다면 어떻겠습니까?”

혜왕이 대답했다.

“그건 말이 되지 않소. 도망간 건 오십보나 백보나 똑같은 것이 아니겠소.”

맹자가 이어 말했다.

“왕께서 그 이치를 아시는군요. 그렇다면 양나라가 이웃나라만큼 인구가 늘어나기를 바랄 수 없습니다. 이웃나라는 농사철에 부역이 없어 백성들이 곡식을 넉넉히 추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나라는 백성들에게 부역을 내려 추수조차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백성이란 먹을 것이 넉넉해야 걱정이 없고 도리어 죽은 이에게도 예를 다할 수 있습니다. 그런 나라의 백성은 임금에게 불평이 없으니 그것이 바로 왕도정치가 바르게 행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양나라는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는데도 나라의 곡식창고를 열지 않고 도리어 굶어주는 백성을 향해 이건 나라의 정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흉년 탓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강도가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고서 내가 죽인 것이 아니라 칼이 죽인 것이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왕께서 백성에게 자비를 베푸신다고 하시는데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행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이 결국 모두 떠나고 말 것입니다.”

이에 혜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맹자’에 있는 고사이다.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란 오십보나 백보나 도망간 것은 같다는 의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은 같다는 말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사람들은 변명은 그럴듯할지 모르지만 본질은 그 나물에 그 밥인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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